방송인 김용민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리의 만찬' MC 논란에 관해 해명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김용민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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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시사 토크쇼 '거리의 만찬'에서 자진 하차한 방송인 김용민이 이번 일로 마음 상한 분들에게 송구하다면서도 현재 MC를 교체하고 자신을 써 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용민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리의 만찬' 일로 인해 마음 상하신 분들께 송구하다. 다만 김용민이 '거리의 만찬' 제작진에게 양희은 선생님을 비롯한 세 분의 훌륭하고 귀한 MC분들을 교체하고 나를 써달라고 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께는 의심을 지우셔도 된다고 말씀 올리겠다. 그런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용민은 8일 신현준과 함께 경기도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노조 설립 때문에 고난을 겪는 환경미화 노동자들,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김용희 씨의 농성 현장 철탑에 방문하는 일정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9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고(故) 김관홍 잠수사가 잠든 공간,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보고 세월호 잠수사들을 만날 계획이었다고 부연했다.
김용민은 "추정컨대 저희 두 새 MC의 쓰임새는 전국 각지의 고난도 현장을 찾아다니는 역할이었다"라며 "제작진이 질타받을 부분도 있겠지만, 고난받는 이웃들에게 좀 더 밀착하려던 진정성만은 여러분들께서 조금만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2018년 7월 파일럿 방송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정규 프로그램이 된 KBS2 '거리의 만찬'은 세 여성 MC가 이끌어 온 시사 토크쇼로, 그동안 충분히 목소리 내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한 끼를 나누어 먹는 포맷이다. 지난 4일 기존 MC 양희은-박미선-이지혜가 하차하고 방송인 김용민과 배우 신현준이 새 MC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비판이 나왔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기존 MC인 양희은-박미선-이지혜를 교체하지 말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에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MC 중 한 명인 양희은은 인스타그램에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라는 글을 써, 제작진을 향한 비판은 더 거세졌다.
KBS시청자위원회는 특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제작진과 사측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용민은 사의를 밝혔고, KBS는 6일 공식입장을 통해 김용민 자진 하차와 '거리의 만찬' 시즌 2를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삼성해고노동자고공농성대책위는 8일 성명을 내어 "이제까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던 진행자에게 하차 2주 전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한 프로그램에서 새 진행자가 진행할 첫 방송으로 고공에서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의 아픔을 촬영하여 내보내려고 한 공영방송의 위선과 자기 모순적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해고자의 고통을 취재한다면서 프로그램 진행자를 해고하는 KBS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서 큰 모독감을 느끼며 진행자의 해고 철회와 사과를 바란다. 또한 공영방송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KBS의 잘못된 처사로 빚어진 이 사태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구로 청소노동자 문제의 취재와 방영이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역시 지난 6일 성명에서 "제작진이 '해고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취지로 쌍용차지부를 섭외한 것에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잘려 나간 자리'에 저희가 나가 해고의 부당함을 말할 때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쌍용차지부는 방송인 김용민 하차 결정에 관해 "우리는 '거리의 만찬'을 소중하게 여긴 시청자들의 문제제기를 KBS가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 결정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시즌 1의 진행자들이 '잘렸다'는 주장에 대해 KBS의 책임 있는 답변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거리의 만찬'이 여성들과 소수자들,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방영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