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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조선 중기 문신 '권도 문집' 목판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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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받은 개국공신 파면 진언했다 좌천된 '대쪽'선비"
안동 권씨 문중, 문화재청에 감사패 증정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5일 고궁박물관에서 안동 권씨 종중 권정혁(80)씨에게 도난당했다 되찾은 '권도 문집' 목판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제공)

 

조선 중기의 명장인 임경업이 낙안군수 시절 총리급인 영의정 김유에게 토산품을 선물하자 사간원(司諫院·임금에게 간(諫)하는 일을 맡아보던 기관)의 사간인 권도는 이를 뇌물이라며 파면하라고 인조에게 상소했다.

그러나 인조는 당시 인조반정의 주역으로 개국 일등공신이라 권력이 막강했던 김유에 대한 상소를 듣고 화를 내며 오히려 권도를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하지만 권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인조에게 계속 간언했고 또다시 좌천돼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 명성이 자자해져 좌천돼 지방으로 떠나는 권도를 전송하려는 수많은 백성들이 마포나들목까지 와서 그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 중기 문신 동계 권도(權濤·1575∼1644)는 1601년(선조 34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1613년(광해군 5년) 문과에 급제했다.

인조반정 후인 1623년 6월 승정원 주서로 나간 이후 홍문관, 성균관, 사헌부 등지에서 근무했고 64세 때는 통정대부(通政大夫·정3품 문관의 품계)에 올라 이듬해 대사간에 제수됐다.

◇"뇌물받은 개국공신 파면 진언했다 좌천된 '대쪽'선비"

'대쪽 선비'인 권도의 상소문 등을 담은 문집 내용을 글자로 새긴 '권도 동계문집 목판(權濤 東溪文集木版·경남 유형문화재) 134점이 도난됐다가 온전하게 회수돼 다시 종중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남 산청군 안동 권씨 종중 장판각에 보관돼 오던 이 목판은 2016년 6월 도난당했다.

문화재청은 2018년 11월 도난 목판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 끝에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고 5일 밝혔다.

도난된 목판은 경매 시장에 수천만원대에 나오기도 했지만 유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이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회수한 동계문집목판 134점을 언론에 공개하고, 안동 권씨 종중에 이들 목판을 돌려주는 반환식을 가졌다.

안동 권씨 종중 권상혁 대표(87)는 "그동안 밤잠을 못잘 정도로 조상들께 죄지은 느낌이었는데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얼마나 걱정많으셨습니까? 잘 보존하십시오"라며 되찾은 목판을 건네며 말했다.

안동 권씨 종중 권정혁(80)씨는 "문집에 대한 한글번역판이 전국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고 말했다.

전 8권으로 52×28×3.0cm 크기인 이 목판은 순조 9년인 1809년 간행됐는데 다양한 글이 실려 있어 조선시대 기록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로 평가된다.

특히 조선시대 양반 생활과 향촌 사회 모습 등 당시 사회사와 경제사 전반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재숙 청장은 "앞으로도 도난, 도굴, 해외밀반출 등 문화재 사범을 단속하고 끝까지 추적해 되찾아 돌려드리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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