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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인생' 거장의 뜨거운 고백…'페인 앤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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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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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 앤 글로리'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이면서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다. 마침내 노년에 이르면 고통과 기쁨, 이 두 가지가 따로 떨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 같은 고백이 담겨있는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내가 70년 동안 살아온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영화감독 살바도르 마요(안토니오 반데라스 분)는 몸과 마음이 모두 쇠약해져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여러 육체적 병과 허리 통증, 그리고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영상자료원이 그의 32년 전 작품인 '맛'을 상영하고 싶다고 요청해오고 살바도르는 현재 절교한 채 지내고 있는 출연 배우 알베르토(에시어 엑센디아)를 찾아가 화해를 시도한다.

이때부터 살바도르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의 기억, 어린 시절에 처음 느낀 욕망,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 등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영화 속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인 살바도르는 노년에 이르러서야 과거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사랑으로 인한 고통을 영화를 통해 극복한 그는 영화 제목처럼 고통과 함께 영광도 왔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고통과 영광을 넘어서 비로소 어머니의 고통과 영광 역시 알게 된다. 그동안 "영화에는 엄마 이야기를 쓴 적 없다"는 그는 어머니에 대한 부채 의식이라는 고통을 마침내 또 한 번 영광으로 승화하려 한다.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감독에게 고통과 영광을 모두 가져다주었던 인생이 곧 영화이자 영화가 곧 그의 인생이었다는 사실을 관객은 깨닫게 된다. 거장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는 모두 알모도바르 자신의 진솔한 고백이다.

이번이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한 아홉 번째 영화인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병으로 인한 고통, 과거에 대한 후회, 창작에 대한 열망 등 감독의 여러 얼굴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해줄 것을 반데라스에게 요청했으나 반데라스는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당신을 만들어 하나의 인물로 완성하자"고 했다는 후문이다. 반데라스는 이 영화로 제72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귀향' (2006) 등에서 알모도바르 감독과 작업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살바도르의 어린 시절에서 어머니인 하신타로 출연한다. 그 역시 영화에 다양한 층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자전적인 영화인 만큼, 알모도바르가 과거 연출한 파격적인 영화에 비하면 비교적 잔잔한 느낌이다. 그의 특유의 연출 스타일만큼은 여전하다. 여러 화려한 색채가 쓰였으며 특히 강렬한 빨간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경쟁했으며 현재 미국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상 후보에 함께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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