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전역결정 통보와 관련한 기자회견 중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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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별 정체성을 떠나 내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게 그 기회를 달라."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군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변희수 하사가 22일 군에서 '전역 결정'을 내리자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직접 섰다. 얼굴과 이름까지 모두 공개한 변 하사는 눈물을 보이며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변 하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인권 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 2017년 부사관 임관 후에는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신적 한계를 느껴 육군 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게 상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에 성전환 수술을 마음먹었다고 했다.
변 하사는 "소속 부대에서도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며 "결심이 선 후부터는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작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속 대대에서는 작년 말 성전환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을 승인해줬다며 이를 입증하는 문서도 공개했다. 그는 "군에 성전환 수술을 한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승인을 받았다"며 "(대대 관계자들은)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제 상급 부대에 권유했고,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전역결정 통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 이라고 명시된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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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심사 연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이날 전역 결정을 낸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울먹이며 "간부들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나눌 시간도 주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고도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군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며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 재입대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 판단을 고려하며) 저는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육군에서 전차조종수로 복무해오던 A 하사는 지난해 11월 휴가를 내고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심신장애 3급이라는 군 의무조사 결과를 근거로 육군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군 관계자는 "성기와 고환이 제거됐기 때문에 기준에 따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기 위해 관할 법원에 신청 절차를 밟고 있던 A 하사는 법원 결정 이후로 전역 심사를 미뤄달라고 군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인권센터는 이런 군의 조치가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도 군의 조치가 차별행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전역 심사를 3개월 이후로 연기하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21일 권고했다. 그러나 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A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오는 23일 자로 전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