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가 21일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리를 펼치는 모습.(멜버른=대한테니스협회)
한국 테니스 남자 단식 최고 세계 랭커 권순우(87위·CJ 후원)가 이번에도 아쉽게 메이저 대회 첫 승이 무산됐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권순우는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7100만 호주달러·약 566억4000만 원) 1회전에서 니콜로즈 바실라시빌리(29위·조지아)에 2 대 3(7-6<7-5> 4-6 5-7 6-3 3-6)으로 졌다. 3시간 55분 접전을 펼쳤지만 분패했다.
메이저 대회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권순우는 2018년 호주오픈과 지난해 윔블던, US오픈에 이어 이번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본선에 나섰지만 1회전을 넘지 못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세계 29위의 강자를 맞아 부상에도 투혼을 펼친 권순우였다. 1세트에서 권순우는 게임 스코어 2 대 5로 뒤진 가운데 3게임을 내리 따내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0 대 2에서 승부를 뒤집어 1시간 5분 끝에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권순우는 오른 어깨 통증이라는 변수를 맞았다. 세트 초반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권순우는 4 대 6으로 세트를 내준 데 이어 3세트도 4 대 2로 앞선 가운데 5 대 7로 세트 스코어 1 대 2 열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권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4세트에서 권순우는 게임 스코어 1 대 1에서 3게임을 연속으로 따내 세트 스코어 2 대 2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마지막 5세트를 넘지 못했다. 권순우는 게임 스코어 2 대 3으로 뒤진 가운데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잇따라 실책을 범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서브 에이스 14 대 22, 실책 63 대 55 등 기록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 당시 권순우의 경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권순우는 메이저 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첫 승은 무산됐다. 최고 권위의 윔블던 1회전에서 권순우는 당시 세계 9위였던 카렌 하차노프(러시아)와 매 세트 호각을 이뤘지만 1 대 3(6-7<6-8> 4-6 6-4 5-7) 패배를 안았다.
US오픈 1회전에서도 4세트까지 선전했지만 부상으로 기권했다. 권순우는 당시 84위인 우고 델리엔(볼리비아)에 두 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3세트를 따내고 4세트도 앞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해야 했다.
권순우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30위권이었던 권순우는 챌린저 대회 우승 2회, 7월 멕시코 투어 대회 8강 등으로 세계 랭킹 81위까지 올렸다. 100위권 밖으로 밀린 정현(제네시스 후원)을 제치고 현역 한국 최고 랭커에 올랐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의 벽은 높았다. 권순우는 지난해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US오픈은 체력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내년 1월 호주오픈은 체력과 기술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쉬움을 씻어내지 못했다.
180cm, 70kg 안팎의 권순우는 체격적인 면에서 외국 선수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견고하고 공격적인 스트로크와 빠른 발이 바탕이 된 수비력은 갖췄지만 5세트 경기를 소화할 만한 체력이 살짝 부족하다는 평가다.
KBS N 스포츠 ATP 투어 중계 해설위원인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권순우가 어제 잘 싸웠다"면서도 "승부처에서 상대는 빅 포인트를 냈는데 권순우는 결정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집중력에서 밀렸다"고 분석했다. 박 단장은 "권순우가 3세트 4 대 2로 앞섰을 때 마무리를 지었다면 승부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 세트에 서브 더블 볼트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체력과 집중력 등을 보완하면 충분히 메이저 첫 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박 단장은 "세계 29위 바실라시빌리와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대동소이했다"면서 "권순우는 상대 강타를 간결하게 받아치는 스윙이 좋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과 멘탈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컨드 서브의 속도와 방향,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서브 그립을 바꾸면서 듀스 코트에서 바깥으로 깊게 빠지는 슬라이스 서브가 효과를 봤는데 구질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권순우는 이제 오는 5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을 정조준한다. 권순우가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메이저 대회다. 지난해 권순우는 "클레이코트에서 경험과 성적이 부족한데 새로운 곳에서 얼마나 적응할까 도전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과연 권순우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승리를 위한 5전 6기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