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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백서' 후원금 3억원 돌파…'진보팔이 장사'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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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과 '언란'에 맞선 시민의 촛불…'조국백서' 제작한다
'조국백서' 나흘 만에 3억 후원, '조국흑서','고발백서'도 예고
김민웅 이사장 "1차 목표는 10000권, 추후 세부적인 용처 밝힐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조국 백서' 제작을 시작한다.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조국 사태' 당시 검찰과 언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다. 백서 소식이 알려지자, 진보 진영 내 조국 반대파도 다른 시각에서 백서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6일 '조국백서추진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추진위는 백서 발간에 필요한 후원금 3억원 모금을 마감했다. 모금은 9330명이 참여해 홈페이지 개설 나흘 만인 11일 마무리됐다.

추진위는 홈페이지에서 "2019년 하반기 이른바 '조국사태'를 겪으며 시민들은 검찰과 언론의 민낯을 봤다. '조국사태'는 검찰의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와 이를 받아쓰며 단독, 속보 경쟁을 벌인 언론의 합작품"이라면서 "전대미문의 '검란'과 '언란', 그에 맞선 시민의 촛불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후원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후원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1만원 이상 후원자들은 '조국백서 후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다. 3만원 이상 후원한 이들에게는 백서 1권을, 10만원 이상 후원한 경우에는 백서 2권과 북콘서트 우선 초대권 등을 제공한다.

김민웅 추진위 이사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검찰발 내용으로만 채워지다 보니 기록이 왜곡되고,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망가진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겨났다. 정치검찰에 대한 분노와 언론 적폐를 없애기 위한 대안적 기록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소식이 알려진 뒤 진보 진영 내 조국 반대파는 이 사태를 바라 본 '고발 백서' 발간을 예고했다. 시사평론가 김수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론장악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찬성파의 조국 백서가 엉망진창일 것을 예상하고도 남는다"며 "반대파도 백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공지영 작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흑서'라는 표현을 통해 편향적인 시각의 백서 발간 및 과다한 후원금 모금 등을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백서가 있으면 흑서도 있어야 한다. 내가 쓰겠다. 후원금은 안 받는다. 그 돈 있으면 난민,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돕는데 기부하시라"고 했다.

심지어 조국 지지 진영에서도 지나치게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며 '진보 팔이'라는 비판에 가세했다.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SNS에 "무슨 3억이 필요하나. 백서 제작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모았다. 이는 '조국 팔이'"라며 "일반적으로 출판사가 1000부 기준으로 투자하는 비용은 약 1000만원인데 3억원이면 30종류의 책을 3만부 찍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과 동행' 카페 회원들도 '조국 장관 팔아서 책 팔아 먹으려고', '지키지도 못해놓고 무슨 백서를 내나' 등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조국백서' 제작은 공 작가의 지적대로 '진보팔이'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백서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따위의 각 분야에 대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보고서'다. 현재는 시민사회단체들도 특정 사건의 경과를 알리기 위해 사건의 전말을 담아내는 차원에서 종종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는 기록자의 주관에 따라 사실관계가 취사선택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에서 특정 사례의 의미를 부풀리거나 아예 일부 사실관계를 배제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일어난 '광우병 촛불시위'를 분석한 검찰과 민간 주도의 백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듬해 8월 서울중앙지검은 '美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 시위사건'이라는 제목의 378쪽짜리 백서를 냈다. 당시 검찰의 백서는 "일부 언론과 배후 세력의 선동에 의해 촛불시위가 일어났다"는 편파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MB는 한 술 더 떠 2010년 5월 "촛불 시위 2년이 지났지만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한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관련 부처에 정부 차원의 백서 제작을 지시했다. 그렇게 12권 6620쪽에 달하는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가 2013년 청와대에서 발간됐지만 이 역시 '촛불시위'에 대해 공정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내놓은 백서는 총 4부로, △2008년 촛불과 민변의 활동 △민변의 촛불 관련 주요 활동과 변론 △촛불 관련 자료 △밖에서 본 촛불과 민변 등의 목차로 구성됐다. 백승헌 민변 전 회장은 발간사에서 "촛불시위가 시작되고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활동 백서를 내고 평가하는 이유는 다양한 법률적 문제가 이제야 어느 정도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라고 말했다.

앞선 사례들로 볼 때 서로 다른 관점이 담긴 백서가 경쟁적으로 발간되는 것 자체는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백 전 회장의 말처럼 '다양한 법률적 문제의 결과', 즉 법원 판결 이전에 조국 백서가 발간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YTN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실제로 조 전 장관이 받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는 상당 부분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열리고 있다. 모든 것들이 다 언론 탓이고 검찰의 잘못이다라는 백서가 나오는 것이 과연 지금 수사, 재판에 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건 아니냐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도 "앞으로 유무죄는 그냥 재판 결과에 맡기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이제 갈등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제는 조 전 장관은 좀 놓아주기 바란다"고까지 호소했다.

아울러 모금한 후원금 지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백서 모금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영화 '더 플랜' 제작 당시 20억원을 모았지만 이후 사용 내역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고 장자연 사건' 증언자로 나섰던 윤지오씨는 억대 후원금 사기 의혹 등에 휩싸여 아직까지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조국 백서 추진위는 혹시 모를 법적 분쟁에 대비해 변호사 비용 1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한편, 수익이나 잔액 발생시 공익 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출판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독자적인 구조로 시민들의 역할을 대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서를 제작한 후 아무 관계도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것인지 논란은 제기될 수 있다. 대중을 향해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원한 사람들에게는 지출 내역과 과정, 결산 집행에 대한 부분은 공지가 될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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