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사진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을 때 모습 (사진=CJ ENM 제공)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감을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LA 타임스는 13일(현지 시간)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지명된 소감을 묻자, 봉 감독은 "정말 정신없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노련한 팀이 우리를 돕고 있지만, 한국 팀 사람들은 정말 기뻐하면서도 당혹스러워했다"라고 답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s, AMPAS)는 13일 오전(현지 시간) 생중계를 통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이때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숙소 소파에 누워 있다가 알람을 듣고 깼다"라며 "유튜브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생중계를 봤다"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진출에 관해 "아시아-한국영화에서는 아주 드문,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후보 지명에 앞서 '기생충'이 북미에서 개봉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훌륭한 흥행작 가운데 '기생충'이 후보에 올라서 정말 기쁘다"라고 밝혔다.
한국영화 가운데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에 든 작품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린 지 57년 만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현지 언론도 '기생충'이 아카데미에 진출한 첫 한국영화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일이 한국 영화계에서도 역사적인 사건인데 후보에 오르고 나서 혹시 특별히 든 깨달음이 있는지 묻자, 봉 감독은 "난 우리나라(한국)를 대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그건 절대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다. 언제나 영화에 대한 개인적 강박관념(혹은 집착)을 추구할 뿐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산업에서 대단한 일이 일어난 건 맞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아카데미 후보가 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벌어졌다. 특히 편집 부문, 미술 부문 후보가 된 게 기쁘다. 오랜 경력을 가진 훌륭한 전문가들이 후보에 포함되는 것을 봐서 너무 좋다. 우리는 이 영화를 위해 모든 부문에서 많이 노력했다. 우리는 탁월함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려고 애썼다. 투표한 사람들이 동료 영화인으로서 그 점을 인정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해외 포스터 (사진=CJ ENM 제공)
또한 이 매체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기생충' 드라마화에 관해 언급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만약 한정된 시리즈를 만든다면 그게 영화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수준 높은 확장판 '기생충'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드라마를 한국에서 제작할 것인지, 영어판으로 만들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주 초기 단계"이기에 곧 아담 맥케이를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예정이고, 따라서 "많은 것이 열려 있다"라고 부연했다.
앞서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은 지난 9일 '기생충'이 HBO에서 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봉준호 감독과 HBO 드라마 '석세션' 시즌 1을 연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이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생충'은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로, 지난 5일(현지 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곽신애·봉준호) △감독상(봉준호) △편집상(양준모) △국제장편영화상(한국) △미술상(이하준·조원우) △각본상(봉준호·한진원) 등 6개 부문 후보에 포함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