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취임 후 3번째 신년 기자회견에 나서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를 시사하는 언급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 성격상 윤 총장 개인을 향한 압박 언급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란 판단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난 8일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간 날선 신경전, 그리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간 거센 공방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4일 조국 전 법무장관 사의 당일 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 (그러나)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특수 수사부서가 자신이 검찰 개혁의 주체로 내세운 조국 장관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자조섞인 한탄과 "갈등을 야기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조 전 장관 신임은 '공정'을 화두로 한 우리사회 내 첨예한 진영간 갈등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검찰개혁의 '쌍두마차'로 윤 총장과 조 전 장관의 '환상적인 조합'을 기대했다고 언급한 부분 역시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개인 감정을 주변에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잘 아는 청와대 참모들 중 한 명은 "참담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직전부터 시작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거침없는 수사와 이후 '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그가 연루된 청와대를 정조준한 검찰의 파상공세식 수사에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 "윤석열 사단의 공권력 사유화"라는 비판이 하루가 멀다하고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쏟아졌다.
급기야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이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를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 반영 여부를 놓고도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추 장관),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이낙연 총리),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청와대 핵심관계자) 등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당정청 차원의 조직적 공세도 이어졌다.
검찰이 고위급 간부 인사 바로 이틀 뒤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청와대가 압수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협조할 수 없었다고 반박하는 등 청와대와 검찰간 신경전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최근 벌어진 청와대, 법무부, 민주당과 검찰간 충돌에 대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언급을 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평소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청와대는 청와대의 일을 하면 된다"는 원칙을 견지했던 문 대통령 입장을 감안하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윤석열 총장을 신임하시냐'는 질문이 나올 경우, "그렇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의 검찰 수사가 피의자 인권보호와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결국 검찰개혁 관련 주제를 놓고 기자들의 질문 하나 하나에 문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내놓는냐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검찰의 향후 대응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