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보수·중도진영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가 출발선에서 시동을 걸었지만, 보수통합 주도권과 노선 등을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으로 엑셀을 밟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기싸움은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새로운 집 짓기)이다. 새로운보수당 측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직접 선언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황 대표 측에선 자칫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며 고심 중에 있다.
분수령은 13일 오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통합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3원칙 수용을 선언할지,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여부에 따라 일단 13일로 예정된 혁통추 회의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혁통추 회의, 한국당 최고위 결과 이후 결정 전망
12일 혁통추 측에 따르면 기존 13일로 예정된 회의는 이날 오전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보수통합에 당사자인 한국당과 새보수당 등의 주요 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경우 최고위원회의가, 새보수당은 당대표단 회의가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한국당의 최고위원회의다. 혁통추가 지난 9일 출범한 이후, 한국당에선 이와 관련한 의제가 황 대표가 참여한 공식 회의에서 논의된 적은 없었다. 9일 열린 의원총회의 경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 현안이 떠오르며 통합 논의가 다소 뒤로 밀렸다. 황 대표 역시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일정으로 의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당 한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3일 황 대표께서 (3대 원칙과 통합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씀을 주지 않을까 싶다"며 "내용을 듣고 논의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혁통추에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외에도 전진4.0, 자유와공화, 국민통합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대 등이 참여한 상황이다. 새보수당이 황 대표에게 '3대 원칙' 수용 선언을 하라고 공을 던진 가운데, 혁통추에 참여한 주체들도 황 대표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양상이다.
애초 혁통추는 12일까지 정당·단체별로 한명씩 대표로 참여해 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13일 첫 회의를 열고자 했으나 일단 미뤄둔 상태다. 혁통추 한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새보수당이 제기한 문제가 13일 한국당 입장에 따라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소가 된다면 이날 오후라도 회의는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별다른 메세지가 나오지 않고 문제가 공전할 경우, 회의는 차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신통추위)의 위원장을 맡은 박형준 전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黃 아직 대통합 '원칙론'…강경파 목소리도 여전황 대표의 내심은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그는 12일 SNS(페이스북)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이제 우리가 외처야 한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함께 뭉치자'고 말해야 한다"라고 했다.
통합에 계속 힘을 싣고 있지만, 기존에 반(反) 문재인 정권 및 헌법 수호 세력을 기치로 한 대통합의 원론적인 선언에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새보수당 외에도 우리공화당, 이언주·이정현 신당을 다 포괄하는 통합을 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황 대표가 여전히 3대 원칙 수용 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그는 3대 원칙과 관련한 기자회견 소식이 나오자 "발표 행사는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한 측근은 "황 대표가 한번 마음먹은 것을 쉽게 뒤집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이미 여러차례 메시지를 전했고, 혁통추 참여로 3대 원칙은 다 수용했다고 보는 기류"라고 말했다.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3대 원칙'과 관련 "그게 뭔지 분명하지 않다. 왜 이제 와서 원래 있던 큰집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겠냐"며 "유승민만 모셔다가 꽃가마를 태우는 식으로 보수통합을 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공화당 쪽에서 거부 반응이 나온다"고 반발했다.
한편 새보수당 측은 황 대표의 3원칙 확답이 한국당의 보수재건 의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입장이다. 황 대표가 끝내 거부할 경우 통합 논의는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