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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선거법 전쟁'…선거구획정 두고 여야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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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거구획정위에 한 달여 안에 인구하한선 기준. 시도별 의원정수 보내야
여야 합의가 필요해 당분간 치열한 이결 조율 과정 거칠 듯
4+1 "농어촌 선거구 보장" vs 한국당 "호남 의석 줄이자"
시간도 촉박...획정위 "다음달 26일까지는 획정 마쳐야"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치열한 '물밑 신경전' 벌일듯
획정위 독립성 강화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국회 본회의.(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선거법에 이어 지역구의 경계를 정하는 선거구획정을 두고 여야가 또 한번의 '기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선거구획정은 독립된 기관에서 맡고 있지만, 획정에 필요한 '인구하한선 기준'과 '시도별 국회의원정수'는 관례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의견을 받도록 돼 있어, 국회에서 이를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10일 서울 관악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당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도 선거법을 통과시킨 과반 연대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와 자유한국당이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국회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개별 선거구 획정에 들어가려면 관례상 국회가 정해준 인구하한선과 각 시도별 국회의원 정수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지역구 별 인구 상·하한선의 차이가 2:1을 넘어선 안된다고 판결했다. 이 때 기준이 되는 하한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다.

4+1협의체는 호남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제.부안 지역구의 인구를 하한선으로 잡자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이보다 1만명이 많은 동두천.연천 지역구를 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한선을 최대한 낮추는 쪽과 올리려는 쪽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또 시도별 국회의원 정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종시 같은 경우 헌법재판소가 정해준 인구 상한을 넘어 지역구를 늘려줘야한다. 한 지역의 지역구를 늘릴 때 다른 지역에서 지역구를 줄일 수 있게 국회가 지역별 정수 조정을 해줘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국회가 작성해준 시도별 인구 정수다.

하지만 10일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청취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적잖은 소란이 예상된다.

'4+1협의체'정당들은 기존 4+1 합의에 따라 농어촌을 최대한 배려하는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인구에 따른 획정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획정위 회의에서 "국회에서 '4+1' 협의체란 이름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불법적으로 처리했다"며 "선거구 획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의장은 "수도권은 인구 대비 의석수가 가장 적은 곳으로, 수도권 통폐합 주장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이라며 "표의 등가성과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려면 인구대비 의석수가 포화상태인 광주, 전북, 전남 순으로 의석을 하나씩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대안신당과 평화당 등 4+1협의체 일부 정당 의원들이 호남 지역구 의원이란 점에서 불공정한 배려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여당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여야의 정쟁과 함께 또 한 가지 문제는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달 26일은 각 지역구별 재외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만하는 시한으로, 지역구가 정해져야만 선거인 명부 작성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회가 시도별의원정수를 26일 이전, 구체적 획정에 필요한 최소 몇 일의 여유를 두고 보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획정안이 국회 행안위의 의결과 별도의 본회의 표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어야 한 달여의 시간만 남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은 지난 10일 "2월 26일부터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에 들어가서 그전까지 획정 작업이 완료돼 국회의장에도 통보가 돼야 한다"라고 국회에 정수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광일 선거구획정위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시도별정수를 보내주지 않으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획정위가 관례를 함부로 깨고 시도별정수를 정할 수도 없어, (국회가 보내지 않으면)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까스로 국회가 하한선기준과 시도별 정수를 획정위에 보낸다해도, 획정과정에서 여야의 물밑 신경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획정위는 독립된 기구이지만, 획정위가 만든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하는 만큼 국회와의 소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통 과정에서 여야의 의견 개진부터, 조정이 필요한 지역구의 의원의 개인 의견까지 각종 민원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종 민원들과 과도한 이해충돌로 인해 획정이 길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2016년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을 정당 추천이 아닌, 각종 학회와 변호사 단체에서 받게 해 당파성을 최대한 배제했기 때문이다.

선거구획정이 끝난 뒤에도 만약 여야 이견이 남았을 경우,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도 4+1협의체와 한국당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최악의 경우, 또 다시 과반의석 연대인 4+1협의체의 표결로만 선거구획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독립된 기관의 선거구획정 결과인 만큼 이견이 크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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