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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위조절 신년메시지에 '촉진자' 文 대통령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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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대 세력들 제재 압박 무력화, 정면돌파 강행" 선언
"미국이 대조선 적대정책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없을 것"
하노이 결렬 이후 살얼음판 걷던 북미대화 '경색'…문 대통령 부담
지난해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 단 한 차례도 언급 안 해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 대화 판 자체 깨지는 않아
文, 조만간 신년사 통해 북한 달래기 나설 듯
지난달 시진핑 중국주석과 대북 제재 완화 논의도 주목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일 경제건설을 지속하면서도 군사력 강화로 현 난관을 뚫겠다는 '정면돌파전'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촉진자역'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신년 메시지에 이렇다 할 대응을 자제한 채 의도 파악에 주력했고, 대신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북미대화가 조기에 개최돼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동시적, 병행적 이행 원칙에 따라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까지 나흘 연속 열린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적대 세력들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신형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합의를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같은 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 무드 속에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조치도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공세적 언급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북미대화 국면을 경색시키는 것은 물론 대화 판 자체를 흔드는 것이어서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만약 북한이 지난달 서해 동창리 엔진시험장에서 두 차례 진행했다고 밝힌 '중대 실험'을 신무기 체계와 결합해 선보일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17년 북미가 '말폭탄'을 주고 받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기에 청와대는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상황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년 전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던 김 위원장이 올해는 남북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화번영의 새 역사를 써나가기 위해 우리와 마음을 같이 한 남녘 겨레들에게 따뜻한 새해 인사를 보낸다"면서 남측을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동반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첨단전쟁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남측을 단 한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북한은 그간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남측이 '좋은 합의'를 해놓고도 외세 의존 정책 탓에 남북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핑계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책임이 고스란히 남측에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신년 메시지에서 남측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문 대통령이 당장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에 나설 외교적 지형도 상실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북미 대화 동력 유지를 강조한 문 대통령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대화 판 자체를 완전히 깨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미국의 대응에 따라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엄포를 놓으면서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언급했던 북한이 당장 ICBM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서며 긴장을 높이지 않고 나름 갈등 관리를 하는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조만간 신년사를 통해 외교안보 지형을 언급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 공조 요청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는 당시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북한의 전통 우방인 중국을 통해 북한을 우회 설득하면서 비핵화 대화 동력 확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언급이 안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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