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여풍' '꾸준함'에도 '숙제' 남긴 2019 연예대상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MBC '여풍' 유지…KBS·SBS '꾸준함'에 가점
김구라 일침…방송 3사 숙제로 남아
변화 흐름 못 따라가면 도태·외면 당할 뿐

박나래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올해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결산이 마무리됐다. MBC는 박나래, KBS는 '슈퍼맨의 돌아왔다' 아빠들, SBS는 유재석이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올 한해의 결실을 맺었다.

대체로 이번 연예대상은 큰 이변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각사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선전이 도드라진 상황 속에서 이를 뒤집을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MBC 김태호 PD의 복귀작 '놀면 뭐하니?'가 탄생시킨 걸출한 스타 '유산슬'이 하반기 연예계를 강타하며 대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긴 했지만, 결국 박나래의 아성은 넘지 못했다.

(사진=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 아직 갈 길 멀지만 '여풍' 문 넓힌 MBC

MBC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인 박나래는 지난해 수상자인 이영자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연예인의 MBC 연예대상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박나래는 3년 연속 대상 후보에 오른 끝에 올해 결국 이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코미디와 버라이어티, MC 등을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박나래는 올해 결국 자신이 원해 마지않던 정점의 자리에 올라섰다.

박나래는 이날 대상 수상자가 발표된 뒤 "솔직히 이 상은 제 상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저도 사람이니까 너무 받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 키가 148cm이다. 많이 작다. 나는 한 번도 내가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도 안했고, 누군가의 위에 있다고 생각도 안 했다"며 "내가 볼 수 있는 시선은 여러분의 턱 아니면 콧구멍이다. 여러분의 바닥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게 너무나 행복했다"고 전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휘어잡는 아우라와 털털함, 그리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열정이 결국 보답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이영자가 몰고 온 여풍(女風)은 올해 박나래로 이어졌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활약을 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정작 수상의 영예는 남성 예능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남성 출연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도 있지만, 낭중지추의 활약을 보이는 여성 출연자들 역시 존재하기에 이번 수상 결과가 다소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그나마 올해 MBC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수상의 문을 다소 넓게 열었는데, KBS와 SBS의 주요 수상자에서는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찾기가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해진 김숙과 장도연 등의 수상소감은 이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MBC 연예대상 '뮤직&토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숙은 "내가 작년에 집에서 TV로 'MBC 연예대상'을 보고 있었다. 그때 송은이 씨가 최우수상 받으면서 이십몇 년 만에 여기 왔다고 이야기했다. 왜 구질구질하게 그런 이야기를 했나 했다"며 "내가 25년 만에 처음 시상식에 왔다. 송은이 언니 마음을 이제 알겠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장도연 역시 "MBC 연예대상에 처음 초대받아서 왔다. 방송 3사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은 게 처음이다"라며 "사실은 저기 앉아서 무대에 올라오는데 다섯 계단인데 올라오는 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사진=SBS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 '꾸준함'에 가점 준 KBS, SBS

MBC가 박나래의 대상 수상으로 여풍을 이어갔다고 한다면 KBS와 SBS는 '꾸준함'에 대상의 가점을 줬다.

먼저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다시금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유재석은 올해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화제성을 몰고 다닌 백종원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SBS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것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시청률은 차치하더라도 매회 프로그램 방영 후 압도적인 화제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불타는 청춘'이나 '동상이몽', '미운 우리 새끼' 역시 비슷했지만, 다수의 출연자가 이끌어가는 이들 프로그램과 달리 '골목식당'은 백종원이 소위 말하는 '하드캐리'하는 형태기 때문에 영향력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3대천왕'과 '푸드트럭'에 이어 '골목식당'까지 시리즈 3부작을 성공적으로 이어온 백종원은 어느 새 예능계 블루칩을 넘어 아이콘으로까지 떠올랐다. 더군다나 그는 최근 새로 시작한 '맛남의 광장'까지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SBS 예능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백종원 본인이 계속 대상 후보에 오르내릴 때마다 본업이 연예인이 아닌 사업가라는 이유로 고사의 의지를 피력했지만, 대상의 영예가 그에게 돌아갔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BS는 백종원이 아닌 유재석을 택했다. MBC에서 탄생한 '유산슬'이라는 '부캐'로 또 한 번 전성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유재석은 SBS에서 9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런닝맨'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 꾸준함을 인정 받았다.

유재석도 시상대에 올라 "'런닝맨'이 내년에 드디어 10주년이 되는데,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다"며 "만약 대상을 받는다면 '런닝맨' 멤버들과 같이 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나 혼자 큰 상을 받게 돼 멤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사진=KBS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이에 앞서 21일 열린 KBS 연예대상 역시 '꾸준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왕좌를 선물했다.

올 한해 KBS는 '버닝썬 게이트'로 파생된 정준영 몰카 파문 등으로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이 장기 휴업에 들어가고, 오랜기간 KBS의 월요일 저녁을 책임 진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 역시 9월 시즌을 종료하는 등 그야말로 예능계 '춘추전국시대'였다.

이를 통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해 '해피투게더' '살림하는 남자들' '개그콘서트' 등 꾸준하게 안방극장을 찾아온 프로그램을 비롯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씨름의 희열' '편스토랑' '개는 훌륭하다' 등 새로운 신상 예능들이 쏟아지며 왕좌를 넘봤다.

하지만 KBS는 굳건하게 일요일 예능 강자의 자리를 지킨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을 선택했다.

예능 대부 이경규, 2연속 수상을 노린 이영자와, 차기 예능퀸 자리를 노린 김숙, 친정으로 돌아온 전현무, 살림남의 김승현 가족 등이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특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대상을 비롯해 △최고의 프로그램상 △쇼·오락 우수상(도경완) △방송작가상(백순영 작가) △베스트 아이콘상(아이들) 등 총 5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진=SBS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 2019 연예대상, 이변은 없었지만…공감·숙제 남겨

이처럼 올해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은 큰 이변 없이 종료됐다. 하지만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과 인터뷰는 곱씹을 만한 내용을 담고 과제를 남겼다.

우선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인 유재석은 수상 소감으로 감사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동료 연예인에 대한 헌사를 남겼다.

유재석은 "'런닝맨'에 출연한 게스트 가운데 올해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난 우리 구하라 씨와 설리 씨가 생각이 많이 난다"라며 "두 분도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두 분이 하시고 싶은 거 맘껏 하시면서 계시면 좋겠다. 두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SBS 연예대상 공로상을 수상한 백종원은 수상 소감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을 하게 되면 방송에 출연했던 가게, '맛남의 광장' 휴게소나 만나는 곳에 와 주셔서 식사를 맛있게 해 주시고 우리가 이런 분들 때문에 사실은 굉장한 에너지를 얻고 아, 이게 사회에 그만큼 많은 영향력을 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더 힘을 낸다"며 "이 자리를 빌어 정말 지방에서 방송하든 어디서 하든 계속 찾아주셔서 응원을 해 주시는 손님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여러분들 덕택에 정말 저희는 매번 책임감을 더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시청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 자영업자, 농어민 분들도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방송 3사 연예대상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김구라의 일침이다. 올해 MBC와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오른 김구라는 매회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고질병으로 지적된 '나눠먹기' '몰아주기' 등을 작심해 비판했다.

김구라는 SBS 연예대상 시상식 도중 대상 후보 인터뷰에서 "사실 내가 대상 후보인 것 자체가 나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가 납득이 될까 걱정스럽다"면서 "방송사에서 구색을 맞추려고 8명을 넣은 것 같은데, 연예대상 이제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보니,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이제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이 사람들의 개인기로 한 시간, 두 시간 보내는 거, 이제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구라의 이 같은 주장은 생중계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해묵은 논란이 매해 반복되는 연예대상을 작심 비판한 김구라에 시청자들은 공감의 목소리로 화답했다.

김구라는 이어 논란을 타개할 방안도 제시했다. 명확하게 못을 박지는 않았지만 방송 3사가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통합 시상식'을 제안했다.

그는 "여러분,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내가 안다. 이러지 말자. 바뀔 때 됐다"며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많은 시청자분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구라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고 등의 수익을 위해 구색 맞추기 형태로 진행되는 연예대상이 아닌 한해를 결산하고 축하하는 진정한 시상식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발언 하나만으로 여태 이어져 온 연예대상이 변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종편, 유튜브 등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 되고, 예능 프로그램 포맷도 급변하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연예대상의 포맷을 고수할 이유 또한 없다.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외면 당할 뿐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구라의 일침은 그간 고여있던 연예대상이라는 댐에 작지만 커다란 균열을 남긴 셈이 됐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