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방문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면서 한류 금지령인 이른바 한한령(韓限令>이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상품의 대중국 수출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에 특별한 제약은 사라졌지만 문화, 예술 분야의 한한령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국 드라마가 중국 TV에서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나 새로운 게임물에 대한 중국 당국의 허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한령이 느슨해지는 분위기는 여러군데서 감지되고 있다.
연락을 뚝 끊었던 중국쪽 컨텐츠 업계 사람들이 먼저 연락을 해와 '같이 해보자'고 말하는 등 접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2일에는 칭다오에서 열기로 한 팬 사인회에 참석하려던 보이그룹 갓세븐(GOT7)의 멤버가 몰려든 중국 열성팬들에 의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속사가 강경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즈는 지난 25일 좋아진 한중 관계가 K팝스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으며,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TV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당초 문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중국측이 한한령 해제라는 선물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예상보다 약했다.
시 주석의 발언 가운데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교육 · 스포츠 · 미디어 · 청소년 · 지역 등의 분야에서 교류하기 위해서는 한중 인문 교류 촉진위원회의 플랫폼을 잘 활용해야 하며, 양국의 상호 이해와 친근감을 지속적으로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 한한령을 내린 적이 없는 만큼 시 주석 등 지도부가 이에 대해 해제 문제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화나 대중예술을 금기시 해 온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한한령이라는 먹구름도 서서히 걷힐 것이고,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시 주석 방문때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점진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중 수교 30년을 맞는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정상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돌아오는 실망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방한이 한란령 해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베이징 외교가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홍콩과 신장 문제 등 중국 내부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한류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색채가 짙은 콘텐츠를 아무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시 주석 집권 2기 이후 통제 분위기가 강화되는 것도 한류가 예전처럼 중국 시장을 파고들기 힘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도 지난 몇년 사이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중 문화 예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관련 콘텐츠 제작 능력을 키워온 상태다.
중국에 진출한 교민이나 기업체 관계자들은 사드 보복 조치가 내려지기 이전의 중국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