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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철탑서 맞은 성탄절…"삼성, 목숨 내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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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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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하다 95년 삼성서 해고된 노동자 김용희씨…26일로 농성 200일째
"노조 파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명예복직 이뤄져야"
연대 단체들 12월 집중 투쟁…"200일 전에는 삼성이 응답해야"

(사진=김재완 기자)

 

성탄절인 25일,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씨는 '고공농성 200일'을 하루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25m 높이의 교통관제 철탑에 올랐던 김씨의 유일한 바람이었던 '삼성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복직'은 계절이 두 차례 바뀌고 199일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1982년 삼성그룹 계열사에 처음 입사한 김씨는 노조 설립을 하려 하자 사측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가 1995년 해고당했다.

평소라면 가족과 함께할 생각에 설렜을 성탄절도 이제 그에게는 평범한 고공농성의 하루가 됐다. 오히려 기다리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전화 한통'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김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내가 해고된 동안 아내도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내가 무슨 염치로 가족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냐"며 "사는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평이 채 안 되는 철탑 위 공간에는 40도 가까운 열기도, 매서운 태풍도 지나고 이제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찾아왔다. 55일동안 고공단식까지 하며 한 때 몸무게가 80kg에서 50kg까지 주는 등 건강도 크게 악화됐다.

김씨는 "노동자가 쇳덩이도 아니고 똑같은 사람인데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냐. 팔다리에 계속 마비가 온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실형이 선고된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대해 삼성 측은 "과거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씨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모아졌지만 결국 삼성은 사과 등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노조 파괴 피해자가 목숨을 내걸고 첨탑 위에 올라있는 상황도 해결 못 하고 사과문을 내는 것은 형식에 불과한 사과이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다른 계획은 없다"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김씨와 함께 약 1년 째 투쟁 중인 또다른 삼성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재용(60)씨도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부분이 실형을 받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김씨에게 삼성의 사과는 전혀 없었다"며 "우리 문제에 대해서도 세월이 흘렀다고 잊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명예복직을 시켜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상황 속에 김씨를 지지하는 50여개 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김용희 고공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김씨의 고공농성을 200일로 끝마치고자 삼성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12월 집중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 엄중처벌' 촉구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릴레이 일인시위, 수요문화제 등을 펼쳐온 대책 6시에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성탄 예배를 열 계획이다.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계속 방치돼있는 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삼성이 어느정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김씨가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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