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온정, 새벽송은 소음 민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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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크리스마스 이야기①]
구세군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 매년 급감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결핵은 후진국병이라는 인식 작용
IT 접목해 1020세대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영화 '러브액츄얼리' 속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처럼 독자들의 크리스마스 추억도 제각각이다. 저마다 간직한 추억은 달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을 터. CBS노컷뉴스가 '2019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식어가는 온정, 새벽송은 소음 민원도
(계속)

구세군은 올해부터 서울시에 스마트 자선냄비 100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금이 없어도 카드와 스마트폰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사진=구세군 페이스북

 

"크리스마스 씰이랑 구세군 자선냄비가 잘 안 보이네요."
"요즘은 크리스마스 선물도 기프티콘으로 주고받아요."
"거리에서 캐럴이 안 들리니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안 나요."


3040세대들이 말하는 2019 크리스마스 시즌 풍경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 거리를 거닐며 매장에서 울려퍼지는 영구캐럴을 흥얼거리던 모습은 이제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다.

반짝이 가루를 뿌려 만든 카드에 우표와 함께 크리스마스 씰을 붙이던 기억은 학창시절 추억이 됐다. 정성껏 포장해 설레는 마음으로 주고받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손가락 몇 번 두드려 기프티콘으로 해결한다.

예나 지금이나 구세군 자선냄비와 크리스마스 씰은 우리 곁에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전국 353곳에서 거리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1953년부터 대한결핵협회가 발행해온씰은 우체국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기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구세군 자선냄비와 씰을 통한 온정의 손길은 예전 같지 않다. 구세군 집중모금 기간(11월 1~12월 31일) 모금액(거리모금+기업기탁+후원금)은 매년 하락세다.

2009년 김연아를 모델로 한 크리스마스 씰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2011년 뽀로로, 2016년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10인을 주제로 한 씰도 호응이 컸다. 사진=대한결핵협회 온라인 쇼핑몰

 

씰 모금액도 갈수록 줄고 있다. 씰 모금액은 2014년 34억원에서 2018년 24억원으로 급감했고, 모금 달성률도 2014년 81%에서 2018년 58%로 뚝 떨어졌다. 올해 씰 모금목표액은 30억원으로 낮췄다.

모금액이 급감한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구세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차량 이동 증가로 인한 유동인구 분산, 현금 소지 감소,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017년 사회를 떠들썩게 만든 '새희망씨앗 사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 기부금 유용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부 정서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결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다. 지난해 국내 결핵 환자 수는 3만3천명, 신환자 2만6천명, 사망자 1천800명이었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결핵은 호흡기 질환이라서 국내 전체 결핵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환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씰 모금액은 결핵퇴치사업의 재원으로 쓰이지만 결핵에 대해 잘 모르거나, 지금은 사라진 질병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10년 전과 비교하면 모금액이 1/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부문화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모금하면서 보람있는 순간도 적잖다.

구세군 관계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때, 한 푼 두 푼 모은 저금통과 봉투를 가져올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열정적인 어린이 씰 수집가, 모금액을 통해 완치된 환자를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1020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구세군은 올해부터 서울시에 스마트 자선냄비 100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카드와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세대를 위한 배려다. 2003년 이후 스티커 형태로 발행하는 씰은 머그컵, 키링, 마그네틱 등 굿즈와 이모티콘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둘러싼 풍경은 갈수록 삭막해진다.

구세군 관계자는 "거리에서 모금할 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종을 울리는데, 이로 인한 소음을 호소하는 행인과 상인들이 있어서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 새벽 집집마다 울려퍼졌던 '새벽송'도 들리지 않는다. 한 40대 여성은 "소음공해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이웃들이 많아서 새벽송이 차츰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라진 건 '낭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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