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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요즘 국회 왜 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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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규칙 어떻게 해야 '민심' 잘 담을까
검찰개혁 취지는 공감…공수처엔 '이견'
지난봄 패스트트랙 대전, 330일 지났다
필리버스터엔 쪼개기 국회…조만간 결판

4+1 협의체, 패스트트랙, 필리버스터, 연동형 비례제,…. 요즘 정치 뉴스는 온통 이런 생소한 개념들로 채워집니다. 대부분 새로 등장하는 전략과 그날의 설화에 주목하는 터라 그간의 과정을 죽 살펴오지 않았다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회가 매일 편 갈라 싸우는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싸우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정치를 알지 못하는, 일명 '정알못'인 분들을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 찬찬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금 논의되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 즉 선거법을 고치고 검찰을 개혁하자는 것입니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방향과 방법, 열망은 각기 달라 보입니다. 정당별 이해관계도 당연히 반영되겠지요. 그래서 이들은 국회에서 오늘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1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본청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 연동형 비례제, 공수처 톺아보기

#선거법 =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를 표방하거나 그렇게 분류되는 쪽, 이른바 '범여권'에서는 지역구 중심의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1등만 기억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규모가 작은 정당들이 원래의 지지율만큼 국회의원을 많이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바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지역이나 인물이 아니라 곧바로 정당 이름에 투표하자는 얘기죠. 특히 정당이 표를 얼마나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국회에 입성할 의원 숫자를 먼저 정해놓고, 만약 지역구에서 그 숫자만큼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을 때 빈자리를 해당 정당에서 알아서 지정하는 방식을 요구해왔습니다. 그게 그 유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지역구에서는 한 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한 소수정당도 전국에서 지지를 고르게 받을 경우 의석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지역이나 이념 외에도 노동이나 환경, 인권, 젠더, 세대 문제 등을 전담할 의원들이 다양하게 국회로 들어올 수 있겠고요. 가장 큰 2개의 정당이 대립하기 시작하면 '되는 게 없던' 국회의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기대도 담겨 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를 표방한 야당, 이른바 '보수야권'에서는 이런 복잡한 제도가 과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내가 뽑는 표가 정확히 누구를 국회로 보내게 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지역 대표성이 떨어지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커져 안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지역은 그 이익을 반영할 의원 수가 줄어들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통치체제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야당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되는 일'은 더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소수야당이 여당 쪽에 붙으면 권력에 대한 견제가 어렵고, 제1야당 쪽에 붙거나 여러 방향으로 퍼지면 원내 협상 자체가 어그러져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헌법 자체를 뜯어고쳐 의원내각제를 하면 모를까, 지금의 권력구조에서는 단점이 더 많다는 게 이쪽 생각입니다.

그래서 보수야권이 범여권 요구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당은 지난 3월 비례대표제 자체를 폐지하고 의원 숫자를 기존 300명에서 270명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을 당론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방침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제10차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

 

#검찰개혁 = 검찰이 견제 받지않는 권력을 종종 자기 맘대로 휘둘러 부작용이 많다는 데는 정치권 내에서도 대체로 공감대가 있습니다. 고민이나 해법도 꽤 축적된 상태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키워드가 화두에 올라 있는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게 먼저 '공수처'라는 조직입니다. 원래 이름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너무 길어서 중간에 세 글자만 뽑았습니다. 정부여당은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고 직접 재판에도 넘길 수 있는 이 조직을 별도로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동안 검사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동료 검사가 봐줄 경우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는데요.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다고 하면 그게 무서워서라도 조심하지 않을까요? 그게 공수처를 만들자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자는 것입니다. 보통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고 불리지요. 사실 경찰은 수사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법적으로 사건 처리의 최종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수사를 끝내거나(수사종결권), 재판에 넘길 권한(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특정 사건에 연루돼도 조용히 묻어버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시된 방안이 1차 수사를 경찰이 오롯이 맡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야가 크게 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보수야권에서는 수사권 조정만 이대로 이뤄낸다면 검찰 개혁의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수처까지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공수처의 칼날이 단순히 검찰을 개혁하는 데 쓰이는 걸 넘어, 정권을 비호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당은 공수처 원천 반대, 또 다른 야권인 바른미래당 일부는 공수처를 설치하더라도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 회의실 앞에 누웠지만, 막지 못한 패스트트랙

양쪽의 시각이 이렇게 판이하지만, 그걸 또 조율하는 게 정치겠죠. 20대 국회는 오랜 기간 관련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했고, 그러다 큰 사달이 난 게 지난 4월이었습니다. 범여권에서는 한국당이 협의를 하는 게 아니라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 쓰라고 지난 2012년 국회법에 못 박아 둔 '패스트트랙'을 꺼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원래 이름은 '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입니다. 원래 법을 만들거나 고치려면 국회에서도 여러 단계를 거친 뒤 마지막으로 본회의에 올려 투표로 결정하게 되는데요. 이 제도로 한 번 지정되면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330일 뒤에는 본회의까지 직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그 법안을 담당하던 논의기구, 즉 소관 상임위에서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국당 외 대부분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 이때 바른미래당에서는 자당 소속 위원이 반대의 뜻을 보이자, 그 자리를 강제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강제 선수교체, 그걸 고상하게 말하면 '사·보임'이 되겠습니다.

그 결과 국회는 끝내 패스트트랙 지정에 성공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물리적으로라도 막아보겠다고 회의실 앞에 누워 버텼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쪽수가 부족한데 별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인해 되려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지난봄, 대략 이런 과정을 거쳐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3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박종민기자

 

◇ 이쯤 되면 이판사판…최종 합의 가능할까

어느덧 겨울. 단계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330일이 다 지났습니다. 각각의 법안은 최종 단계, 본회의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고, 그래서 사활을 걸었기 때문인지 마지막까지도 치열합니다. 최근 여야는 그동안 감추고 있던 카드를 하나씩 꺼내고 있습니다.

선공은 한국당에서 나왔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과 본회의에 함께 오를 거의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입니다. 필리버스터란 무제한 토론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기술로, 2012년 국회법을 고칠 때 패스트트랙 제도와 함께 도입됐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 단축 제도에 대응해 '지연 전략'을 쓴 셈입니다. 일단 연말까지 시간을 질질 더 끌다가 해를 넘기면 총선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경기 중 규칙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여론에 호소할 계획입니다.

그러자 여당은 '쪼개기 국회'로 맞섰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은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 다음 임시국회 때 곧바로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건데요. 임시국회 회기를 '초단타'로 짧게 잡아 사나흘마다 법안을 하나씩 올릴 경우 보름이면 다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관례를 다 어긴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있지만 어차피 이쯤 되면 이판사판이죠.

한국당이 이를 당장 극복할 만한 뚜렷한 카드는 유감스럽게도 없어 보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여드레 동안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 갔던 황교안 대표는,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국회 본회의장 앞에 농성장을 차렸습니다. 그 앞에는 '나를 밟고 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고요. 이제는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제 해결의 방법이 거의 투쟁밖에 없습니다"라고 읍소하며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함께 집회에 나설 뿐입니다.

자, 과연 본회의에 올리기 전까지 모두가 참여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은 가장 큰 야당인 한국당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좀 더 작은 정당들(바른미래당 일부, 정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신당이라는 이름의 무소속 모임과 따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걸 두고 요즘 '4+1 협의체'라고 부릅니다.

김관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4+1 선거법 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기자

 

그런데 이 4+1 협의체에서도 일부 이견이 표출돼 버렸습니다. 아, 검찰개혁 법안 쪽은 어느 정도 조율됐다고 하는데요. 그보다 먼저 처리하기로 약속한 선거제를 두고 막판 협상이 치열합니다. 바른미래당 일부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릴 때 합의했던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모두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탓에 거기서 지역구가 줄면 타격이 크다고 하네요. 협의체는 이들의 고민을 반영해 지역구-비례대표 수를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하는 걸로 다시 맞췄습니다.

이제부터는 완전 최근 얘기인데요. 민주당에서 막판 추가 요구가 나왔습니다. 비례대표 의석에 정당 득표를 연동하는 비율을 줄이자고 합니다. 이걸 두고 '캡 씌운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작은 정당들은 "그래, 좋다. 대신 가장 아슬아슬하게 지역구에서 패배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하게 해주는 '석패율제'를 만들자"라고 제안했어요. 여기에 다시 민주당이 "석패율제는 안 된다. 대신 한 명의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이중등록제' 정도면 안 되겠냐"라고 답한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한국당은 이런 선거제가 통과됐을 때를 가정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 의석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네요. 그렇게 되면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 취지는 무색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휴. 이렇게 길고 길었던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전, 과연 어떻게 막을 내릴까요? 조만간 결판이 납니다. 끝까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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