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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로 그려내는 동화적 상상력…뮤지컬 '빅 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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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빅 피쉬'
환상적인 모험 통해 전하는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운 이야기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잠들기 전 신기한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는 소년에게 '영웅'이나 다름없다.

아버지의 모험이 펼쳐진 세상은 소년이 아직 가보지 못했고 가보고 싶은 미지의 영역이며 동경의 대상이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버무려진 내공과 걸출한 입담으로 때로는 모험가로, 때로는 슈퍼스타로 변신하며 소년의 뇌리에 각인된다.

어느덧 장성한 소년은 아버지가 모험을 펼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환상의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여전하다. 이제는 어른이 돼 세상을 경험해 본 소년이 더 이상은 믿을 수 없는 허황되기만한 모험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매일 밤 아버지의 모험이 담긴 이야기 보따리가 궁금했던 소년은 더이상 없다. 허풍을 '진실'인양 포장하는 아버지가 못마땅 한 어른만이 남았다.

어른이 된 소년에게 있어 아버지는 더이상 '영웅'이 아니다. 그저 '너무나도 잘 아는 낯선 사람'일 뿐이다.

이제는 궁금해진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그리고 아버지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지난 4일 개막한 뮤지컬 '빅 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진짜 인생을 추적하는 아들 '윌 블룸'의 이야기를 통해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가족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1998년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원작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2003년 거장 팀 버튼 감독의 손에 영화로도 변주되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소설과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의 매력은 판타지적 요소에 있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이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반감될 법도 한데 작품은 다양한 무대예술로 이를 채웠다.

뒷공간이 널찍한 무대 특성을 이용한 화려한 무대 장치나, 다소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퍼펫티어(인형) 등은 관객에게 '동화적 상상력'을 심는다.

1막에서는 거인, 마녀, 인어 등을 만난 아버지 '에드워드'의 환상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지며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2막에서는 진실을 찾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윌'의 서사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작품의 압권은 단연 각 막의 엔딩 장면이다.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1막 마지막 장면은 관객을 1만 송이 수선화가 가득한 꽃밭으로 이끌고, 2막 마지막 긴 모험의 여정을 끝내고 떠나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관객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을 오가는 폭넓은 시간대를 넘나들며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활약도 도드라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녹여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데, 배우들은 이를 무난하게 소화한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전면에 배치한 점도 이채롭다. 예컨대 에드워드의 친구인 거인 '칼'은 커다란 인형의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하는데, 해당 역을 맡은 배우 외에 두명의 배우가 수동으로 거인을 움직인다. 서커스 장면에 등장하는 코끼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거인의 손과 발이 되는 이들 배우는 처음에 검은색 의상을 입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바뀌는 의상을 통해 어느 순간 당당히 무대에 자리한다.

음악 역시 아름답다. 작품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통할하는 가사 "네 인생의 주인공이 돼봐"가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Be the hero), '길을 따라 사는 인생'(Out there on the road), '수선화'(Daffodils) 등은 수려한 선율로 귓가에 맴돈다.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우리네 삶, 그리고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 '빅 피쉬'는 내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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