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을 '공작 선거' 차원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선거 개입 혐의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국회 집회에서 배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0일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번 '선거 농단 게이트'는 공작 선거의 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부정선거다. '선거 농단', '감찰 농단', '금융 농단' 등 3대 게이트가 샅샅이 밝혀지면 이 정권은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특히 청와대 하명으로 김 전 시장에 대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표적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그는 "조국 사태와 거의 유사한 느낌을 받고 있다. 특히 하명 수사로 우리 당 후보를 음해해 떨어뜨린 선거 농단 게이트는 대통령이 친구에게 출마하라고 했고, 청와대가 나서서 경선 경쟁자에게 자리를 주겠다며 후보매수 공작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특위'는 주광덕 위원장 주도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주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울산시장(사건 당시 후보)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청와대가 작업을 했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경선 포기를 조건으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공직을 제안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를 전제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원했으나, 청와대는 고베 총영사를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지난 울산 선거 관련 각종 의혹을 근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법 개정의 반대 논리를 강화했다.
그는 "이런 국정농단을 덮으려는 게 우리가 막으려는 공수처 법이고, 정권의 방탄 부대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좌파 군소정당과 야합해 추진하는 게 바로 공직선거법"이라며 "우리가 선거법을 막아내면 공수처법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특히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선 연단에 서서 "이런 엉터리 짓의 배후엔 누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집회 참석자들은 "문재인"이라고 소리쳐 화답했다.
민주당은 거세지는 한국당의 공세에 직접 응수하기보단 검찰을 겨냥했다. 당내 검찰공정수사촉구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울산사건에 대해 특별검사(특검) 추진 건의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가 있기를 다시 촉구하면서 만약 (공정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검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회의 결론을 전달했다.
당장 특검 추진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추후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본 뒤 특검을 추진한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홍 수석 대변인은 "수사가 특정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면서 "검찰은 특히 김 전 시장의 비리 사건에 대해 원점에서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 검경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래 고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찰이 판단해야 한다"며 "(특검 추진 결정의) 보류이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준비는 준비대로 하겠지만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시장 사건에 하명 성격의 기획이 있었는지, 검찰과 경찰의 갈등의 도화선이었던 고래 고기 불법 유통 혐의와 봐주기 수사 의혹 등에 대해 검경의 판단이 다른 만큼 두 사안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지 않을 경우 특검을 실시하겠다며 검찰을 압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