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국 바둑의 전설 이세돌 9단이 21일 토종 바둑AI와 대국을 끝으로 반상을 떠난다.
'AI에 유일한 1승 기록을 갖고 있는 인간 프로' 이 9단이 은퇴대국 상대로 다시 AI를 선택하면서 그 승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앞선 2차례 대결에서는 이 9단과 AI 모두 제 실력을 발휘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평가 나왔다.
이에 이들의 마지막 승부이자 이 9단의 마지막 대국인 이날 승부 내용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NHN 등에 따르면 이 9단은 이날 오후 12시부터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NHN의 바둑AI '한돌'과 3국을 진행한다. 3국은 1국과 같이 이 9단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대국 이끌다 센돌 78수에 무너진 한돌…기술력 논란도지난 18일 진행된 1국은 한돌의 기권패, 이 9단의 불계승으로 끝이 났는데 "한돌이 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 9단이 2점을 깔고 시작한 만큼 핸디캡을 갖고 1국이 시작된 탓에 한돌은 대국 초반 승률 10% 안팎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승률을 높여가며 시종일관 대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9단이 78수를 둔 뒤 예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한돌은 백기를 들었다.
1국 이후 한돌 개발자인 NHN 이창률 팀장은 "솔직히 말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세돌 9단의 78수를 한돌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9단이 "알파고 대국과는 다른 게 당시 78수는 받으면 안 되는 수였다"며 "반면 오늘 한돌과의 대국에서 78수는 당연한 한 수였는데 한돌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맞받으며 '한돌이 버그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후 NHN 측은 "버그는 아니"라며 "사실 저희가 2점 접바둑 학습을 시키면서 실제 접바둑에 대해서 준비를 한 게 2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한돌의 기술력이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 "어처구니 없는 실수했다"…센돌, 백기에 체면세운 한돌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국이 이세돌 9단의 승리로 끝나면서 호선,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된 19일 2국은 이 9단의 초반 실수로 예상보다 빨리 끝을 맺었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하지만 좌상귀를 가일수 하지 않고 하변(흑33)으로 손을 돌렸고, 한돌은 백34, 백36, 백38로 아무런 뒷맛 없이 깔끔하게 좌상귀 흑 넉점을 잡아버렸다.
이 9단의 실수 이후 초반 40여 수만에 승률 그래프는 10%대로 뚝 떨어졌고, 이후 이 9단이 특유의 흔들기로 반전을 꾀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112수만에 백기를 들었다.
2국 이후 이 9단은 "지는 것이야 그럴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초반에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서 너무 쉽게 패배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인터뷰 내내 '실수', '착각' 등의 표현을 6차례나 사용하며 2국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승리전략 대신 '이세돌다움' 선택한 센돌에 대한 한돌 대응법 주목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국산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 제1국에서 92수 만 불계승을 거두고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국과 2국에서 각각 이세돌 9단과 한돌이 사이좋게 승부를 나눠가진 가운데 21일 열리는 3국은 이전 대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3국은 1국처럼 이 9단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으로 7집 반을 주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승부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한돌이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하고 접바둑에서 한돌을 꺽으며 한돌의 약점을 이 9단이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9단이 1국과 전혀 다른 승부를 예고해서다.
이 9단은 "1국은 제가 많이 준비한 것이지만 사실 (1국 바둑이) 제 스타일은 아니"라며 "정말 이기는데 집중한 것이 1국이었다면 (3국은) 진짜 마지막이니만큼 정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이세돌 답게, 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접바둑에 익숙하지 않은 한돌도 또 다른 형태의 접바둑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이어서 이 9단과 한돌 어느 한쪽의 우위를 예상하기 힘들다.
3국 결과에 대해 한돌 개발자인 이창률 팀장은 "이세돌 9단이 (1국에서) 보여주신 것이 있기 때문에 (3국에서도) 좋은 승부가 펼쳐지면 좋을 것 같다"며 "(이 9단이) 은퇴하는 자리에 저희가 같이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한돌과의 승부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