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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자력부강, 중러공조…윤곽 드러내는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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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사진=연합뉴스)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북미대화의 극적 반전 여부를 놓고 기대를 모았던 '비건 변수'가 끝내 무산됐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그리고 판문점 회동 제안에도 북한은 모른 체로 일관한 것이죠. 이는 북한이 요구한 이른바 '새로운 셈법'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연말까지 열흘 남짓 남아있긴 하지만 북한은 결국 '새로운 길'을 표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새 전략노선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이미 적잖은 힌트가 나와있습니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덕기 > 이전 시간에도 가끔 다루긴 했지만 '새로운 길'이 이제는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일단 가장 큰 관심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대형 도발을 하느냐 여부일텐데, 그런데 이게 과연 새로운 길일까요?

◇ 홍제표 > 북한은 예고했던 대로 이달 하순, 그러니까 다음 주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새 노선을 최종 확정하고 다음달 1일 신년사를 통해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는 새로운 길이 딱히 이런 것이다, 이렇게 세세히 설명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대미 협상용, 압박용인 만큼 전략적 모호성과 상황에 따른 가변성을 띨 것이란 관측입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죠. 따라서 해석이 다소 엇갈릴 수도 있습니다. ICBM을 쏠 것이냐 말 것이냐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입니다.

◆ 김덕기 > 그래도 어느 정도 전망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 홍제표 > 일단 대놓고 ICBM을 쏘지는 않을 테고 위성발사용 로켓으로 포장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위성로켓이라 해도 도발은 도발입니다. 추가 제재를 부를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약간 의견이 갈리긴 하는데 어찌됐든 '도발 카드'로 사용할 것이란 견해가 더 많습니다. 물론 ICBM이든 위성로켓이든 이것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옛 길', 옛 방식입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면 교묘한 방식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일각에선 중국을 의식해 자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그건 북한 속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반론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최근 해놓은 말과 행동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꼬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다음 주 성탄절 무렵이 'D-데이'가 될까요?

◇ 홍제표 >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얘기해놓은 상태여서 그런 관측이 나옵니다. 기왕 도발을 할 거라면 충격 효과 면에서도 그 타이밍이 가장 좋겠죠. 성탄절 직전에 한중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설마 그렇겠느냐는 예상도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연내 도발 가능성은 다수설이 아닙니다. 일반적 견해는,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기 보다는 일단 전략노선만 선언하고 행동은 내년 주요 계기마다 단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일종의 '살라미' 전법입니다. 차두현 경희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평양이 어떤 사고를 진짜로 칠 때, 과거 행태를 보면, 아무 예고 없다가 전격적으로 치고 나옵니다. 그런데 금년 10월 이후로 다섯 여섯 차례 연말이 다가온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 김덕기 > 또 다른 관심은 북한이 과연 무엇을 믿고 이러느냐, 아무리 자력갱생이라 하더라도 그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어떻게 전망됩니까?

◇ 홍제표 > 그게 미스테리 한 점입니다. 폐쇄사회여서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제재를 버텨낼 자생력을 갖췄다는 게 일반적 견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적 입장의 북한 관측통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 8주기를 맞아 노동신문 사설에서 자력부강과 자력번영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버텨내고 자력갱생 수준을 넘어 번영과 부강을 이뤄내겠다는 것입니다. 이 자체를 미국에 대한 승리로 간주하는 셈입니다. 이는 또한 내부결속을 다지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 김덕기 > 중국과 러시아도 든든한 뒷배가 되겠죠? 마침 어제 중·러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북한과 교감이 있었겠죠?

◇ 홍제표 >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이후에 옛 사회주의 국가들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 효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 타이밍이 주목됩니다. 북한의 '새로운 길'과 공조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서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굳이 미국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움직인 것입니다. 북미 교착국면을 이용해 과거 6자회담 주재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재밌는 게 뭐냐면 과거에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중 게임에서 레버리지화(지렛대로 사용)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올해 나온 메시지들은 북한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미국은 제재완화 요구를 시기상조라며 일축하다시피 했고 따라서 실현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어찌됐건 비핵화 협상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틈새를 파고들려는 중·러의 목소리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으로선 믿을 구석이 생긴 것이지만, 뒤집어보면 어느 정도 속박도 되는 이중적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로선 자칫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됩니다. 그 속에서 양 진영 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북한으로부터는 '패싱' 당하는 다소 우울한 그림도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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