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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문', 애정 가득한 벗 세종-장영실이 꿈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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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확대이미지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내용이 나옵니다.

영화 보며 쓴 메모 중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사랑이다!' 영화 중후반이 넘어갈 때 쓴 내용이었다. 어제(16일)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는 최고의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한석규 분)과 뛰어난 발명가였던 장영실(최민식 분)이 그리는 '특별한 벗 그 이상'의 이야기였다.

흐름을 살피고 곱씹을수록 두 사람의 이야기는 로맨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으나 천출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영실. 우연히 영실을 만나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등용하는 세종. 백성 생활을 이롭게 하는 각종 기구와 장치를 만든 공을 이유로 영실을 천민에서 면하고, '기강'을 운운하며 영실을 시기하고 경계하는 조정 대신들 앞에서도 '실력자'라는 이유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워낙 책벌레라 밤늦게 책을 찾으러 갔을 때 잠에 빠진 영실을 보고 혹시 깰까 봐 조용히 자리를 피하거나, 쏟아질 것 같은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같이 누워서 바라보자고 하거나, 천출이라 별이 없다는 영실에게 본인 별 옆 별이 네 별이라고 일러주는 것. 영실을 향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언제나 땅바닥만 보며 조아려야 하는 노비 출신 영실에게도 세종은 남다른 인물이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근본에는 귀하고 천함이 따로 없다는 믿음 아래 자신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중요한 일을 맡기고, 조정 대신들의 문제제기도 막아주며,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겠다는 같은 꿈을 품었기에 더욱 그렇다.

대단한 일을 훌륭히 해내 소원을 말하라 했을 때도 그저 전하 곁에 있겠다고 하고, 세종이 비가 내려 밖을 나갈 수 없자 처소에서도 밝은 별을 보는 듯한 환경을 만들고, 한글 창제 때문에 그동안 자신을 멀리한 것이냐며 서운한 기색을 표하지만 혼자 있을 땐 본인 이름보다 세종의 이름(이도)을 먼저 만들어보는 영실의 애정도 크고 깊다.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를 만나, 한쪽이 실제 마음과는 다른 주장을 해 결국 헤어지는 것조차 우리가 숱하게 봐온 비극과 닮았다. 대학 선후배 사이로 30년 이상 연기라는 한길을 함께 걸어온 최민식과 한석규는 배역에 잘 스며들었고, 극중 두 사람의 조밀한 서사를 바탕으로 기대한 만큼 혹은 기대 이상으로 장영실과 세종을 표현했다.

'천문'에서 또 두드러진 것은, 세종의 자주성이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은 굳건한 신분 체계와 명나라를 향한 뼛속 깊은 사대주의 속에서 '조선의 것'을 새롭게 개척하고자 했던 변혁적인 군주와, 그의 곁을 지키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꿈을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된 과학자. 반면 명나라 없이는 절대 홀로 설 수 없으니 마땅히 예와 도를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신하들.

현대를 사는 관객이라 그런지 '누구나 공평하게 읽고 쓰고 배울 수 있으며, 우리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세종과 그를 지지한 영실의 생각에 자꾸 마음이 기운다. 500년도 더 전에 태어난 인물이 이렇게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상상을 하고 실현하려고 했다는 데 새삼 놀라고.

역사 교과서의 영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장영실이 직접 만든 기구를 설명하는 부분은 의외로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13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약점이 될 만하다. 뒷부분이 늘어지는 감이 있다. 세종과 장영실이 중심인지라 백성들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신예 전여빈을 두어 번 울부짖는 역할로 쓴 것은 특히 아쉽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최민식의 뜻에 힘이 더 실렸다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26일 개봉, 상영시간 132분 59초, 12세 이상 관람가, 한국, 사극.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각각 장영실, 세종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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