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4+1협의체(민주·정의·바른미래·민주평화+대안신당)의 균열을 파고드는 협상 전략을 구상하는 모양새다. 첫번째 카드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 상정시 자유투표 표결이다.
선거법에 있어 이해관계가 맞는 민주당과 손을 잡고 불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을 반전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선거법을 부결시키는 전략 하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도입 유예 등 협상론도 피어오르고 있다.
다만 한국당은 대외적으론 강경기조를 유지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속내와 4+1의 혼란상을 좀더 면밀히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4+1 균열 파고드는 한국당…선거법 원안 자유투표 제시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된다면 당내에서 (선거법 개정안 원안) 표결 참여를 설득하겠다"라고 말했다.
4+1 협의체가 연동형 적용에 대한 이견으로 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그 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제안을 한 셈이다.
4+1 협의체는 지역구 250·비례 50. 연동형 50%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가, 최근 민주당이 연동형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하는 상한(캡)을 두자고 제안해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반발을 불렀다.
거대정당인 민주당 역시 지역구 축소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고 한국당은 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연동률 50%로,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안(案)이기에 그대로 상정해 무기명 자유투표를 진행한다면 민주당과 지역에 기반을 둔 호남계 정당 등의 이탈표가 합쳐져 부결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를 20석 줄인다면 실제로는 그 3배에 달하는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보면 된다"며 "당론을 떠나 무기명 자유투표로 가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 등 한국당 핵심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사이 4+1협의체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은 16일 "한국당으로부터 제안을 들었다"며 "한국당은 (선거법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선거법 부결과 함께 공수처 '딜' 가능성한국당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선거법 부결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 부결이다. 민주당의 '선거법 이탈'이, 정의당의 '공수처 이탈'로 이어지기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를 간절히 바라는 민주당이 그러한 상황을 그대로 두진 않을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선거법 부결과 함께 공수처 '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김관영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원안 상정, 자유표결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다 철회하고, 공수처 법안에 대해서도 일정 수정안 조건으로 해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대외적으로 공수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김재원 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문자에서 "자유투표 보장, 선거법 표결참여 당내 설득 외에 나머지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에선 여러 협상론이 논의되는 모습이다. 공수처를 도입하되, 시기를 유예하는 등 여러 조건을 달자는 얘기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장 공수처를 도입하는 것은 정권에 칼을 쥐어주는 것으로 위험하다"며 "일단 총선은 지나고 내후년으로 미뤄 총선 역풍을 이용, 후일을 도모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최근 문재인 정권 3대 게이트(▲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중단 사건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불법대출에 정권실세 의혹)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정부에 치명타가 될 해당 의혹들이 당장 공수처 설치를 통해 묻히게 되면 안된다는 시각이다.
한국당의 이같은 협상론은 내년도 예산안 표결에 보듯, 4+1협의체가 뭉칠 경우 표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나 의원직 총사퇴도 실질적인 방어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계산에서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4+1협의체 분열을 가속화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외부적으론 '강경 투쟁'을 천명해 여론전을 펼치는 투트랙 전략도 구사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 등은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문희상 의장이 주재하는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