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국무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6일 북한이 거듭 언급하고 있는 '연말 시한부'에 대해 "미국은 협상 시한(deadline)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방)에 대해서도 "이제 우리 일을 할 시간이 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며 자신이 한국에 있는 동안 직접적으로 '만나자'고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부 조세영 1차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브리핑룸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한미 정부 관계자들이 협상의 문을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북한이 최근 연달아 냈던 담화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 관계자들의 담화는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국가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부정적이었으며, 불필요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며 "북한의 담화는 그 동안 평양과 뉴욕, 워싱턴 DC, 싱가포르, 스톡홀름, 하노이, 판문점 등의 여러 장소에서 북미 양국이 가져 왔던 협상의 취지나 정신과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직후 그는 "북한의 '연말 시한'에 대해 많은 보도가 있어서 말씀드리지만, 미국은 협상 시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목표를 갖고 있고, (북미) 양국의 지도자가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했고, 자신과 김 위원장이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는 데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며 "우리 팀은 북한의 대화 상대방들과 함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지난 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를 언급하며 "미국은 북한 측에 양쪽이 목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행 가능하고 유연성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대화 상대방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한다. 이제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우리는 여기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며 직접적으로 회동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의 위대한 잠재력을 미국도 잘 알고 있지만, 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안다"며 "그러한 도발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수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미국과 북한은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미국 혼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과 경고도 이어졌다.
비건 대표는 "여러분과 한국 국민들에게 즐거운 연말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기독교를 믿고 있는 모든 분들이 곧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다"며 "1년 중에 가장 신성한 날이라고 할 수 있고, 늘 그렇듯이 연말이 다시 한 번 평화의 시기를 견인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점심을 함께한 뒤, 오후에는 외교부에서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지명을 축하해 마련한 리셉션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