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자료사진=이한형 기자)
검찰과 김병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기밀 유출 혐의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전 서장 측은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문제'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무죄 주장을 펼쳤지만, 검찰은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맞받아쳤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 전 서장 측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 측 변호인은 "김 전 서장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도 아니고 검찰이 나와달라, 나와달라 하면서 '김용판(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과 똑같이 증언해주면 된다고 해서 나가 증언한 것"이라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정권이 바뀌니 위증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 주장이 다 맞다고 해도 국정원의 보이지도 않는 하급관리 정보관과 (서울청) 수사2계장이 지금 공모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변호인은 "(정작) 진술을 번복한 정보관은 기소도 안했는데 이 사건은 수사단계부터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고 이런 기소가 허용된다는 것 자체가 사법질서를 상당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1심에서 '공무상기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 정보관(Intelligence Officer·IO) 안모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아 김 전 서장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리젠테이션(PPT)를 통해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댓글공작 사건) 수사당시 확보한 안씨 통화내역을 분석해보면 (김 전 서장과 안씨가) 58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고 통화내역이 두시간 가량 되는 등 연락이 급증했다"며 "당시 김용판 청장과 수사과장 등은 안씨의 전화를 거절하거나 통화내역이 없고 (검찰 조사 시) 안씨 진술에 따라 김 전 서장이 수사상황을 누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선 안씨가 다른 경로를 통해 (수사상황을) 알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서울청 정보라인 사람들은 수사상황을 (김 전 서장처럼) 시시각각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며 "통화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항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심이 일부 무죄로 인정한 김 전 서장의 위증 혐의에 대한 추가 입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수사당시 경찰이 압수한 국정원 여성직원의 노트북 수색범위를 두고 김 전 서장과 권 의원 사이 언쟁이 있었는지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 재판 등에서 서울청이 댓글공작 수사를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로 노트북을 제한적으로 수색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김 전 서장과 충돌이 있었다고 진술한 반면 김 전 서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서장은 지난 2012년 12월 서울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선 관련 '댓글 공작' 의혹을 받은 국정원 여성직원의 노트북 분석상황 등 수사내용을 국정원 관계자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기밀누설) 등으로 기소됐다.
또 지난 2013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김 전 청장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권 의원의 '모해위증'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9월 김 전 서장의 공소사실 중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위증죄는 일부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