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사진=연합뉴스 제공)
제 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보험료가 내년에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권고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협의체)가 이날 열린다.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등이 협의체 구성원이다.
일반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업계 자율 영역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협의체의 권고안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비급여의 급여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협의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상관관계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해 실손보험료 조정 폭을 제시하고, 업계가 따르는 수순으로 보험료가 결정된다.
지난해 협의체는 일찌감치 9월에 6.15%의 실손 보험금 감소효과와 이에 따른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공개했다.
그 결과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8.6% 인하한 반면 2009년 9월 표준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6~12% 인상, 2009년 9월 이전에 판매된 실손보험 보험료는 8~12% 인상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협의체 회의가 몇 차례 연기 끝에 연말에 이르러서야 일정을 잡자, '문재인 케어'로 인한 반사이익,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가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손해율 급등에 업계 '울상'…"20%는 올려야 버텨"
보험업계는 손해율 급등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보험가입자에게 실제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긴데, 올 상반기 손보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29.1%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대로면 손해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131.3%)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실손 손해율이 190%까지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100원을 받아 200원을 줘야 하는 꼴이다. 받은 보험료는 정해져 있는데 나갈 보험금이 커지니까 보험료를 현실화 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업계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안 좋았던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올해 손해율이 급등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도입되면 비급여의 급여화로 보험금 지급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데 따른 진료횟수가 늘어나고 일부 병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비급여 ‘끼워넣기’ 등을 해 비급여 진료도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회사 사정마다 다르지만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계자는 과잉진료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전제하면서도 “보험료 최대 인상폭(인상률 상한)이 25%인데, 2년 연속 최대폭 인상을 해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은 풍선효과 보다는 보험사가 얻는 반사이익에 무게를 두고 있고, 국민에 부담이 되는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사정책협의체 회의는 문재인 케어 이후 반사이익이 어느정도 되는지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회동이 다음주에 예고돼 있다. 이 자리에서 업계의 어려움을 비롯한 보험료 인상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