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얻는 시간. ‘우리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 동물세계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최재천의 동물보감="">.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관통했던 뉴스 중에 하나가 바로 검찰개혁, 사법개혁 이런 이야기들 아닐까 싶은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동물세계에도 검찰, 법원 이런 기관이 존재할까. 이런 역할을 하는 그런 동물들이 있을까. 동물들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또 처벌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까. 동물세계의 ‘죄와 벌’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죄와 벌. 이 주제 어떠세요, 이 주제?
◆ 최재천> 이거 어렵네요.
◇ 정관용> 어렵죠. 우리도 사실 어려운 주제예요, 이게. 굉장히 어려운 주제거든요. 누군가 누구를 벌한다는 것. 무엇이 죄인지 아닌지 판별한다는 거 참 어려운 일이에요.
◆ 최재천> 판결하는 것도 어렵고 그걸 스스로 인식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내가 죄를 지었다는 걸.
◇ 정관용> 그건 더 어려운 일이고. 이번에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그걸 다 보지 않았습니까? 어쨌든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화두인 지금도 우리의 숙제고 과제인. 거기에 무슨 꼭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이런 걸 보면 참 어려운 주제거든요, 인간사회에서도. 그래서 동물들한테 한번 배워보려고 해요. 동물들도 죄를 짓죠?
◆ 최재천> 그럼요. 죄를 짓죠.
◇ 정관용> 뭐 지어요, 주로?
◆ 최재천> 만약에 거기에 어떤 우리들처럼 명문화돼 있거나 어딘가 적혀 있거나 아니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어떤 룰이 있거나 이런 게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세계에도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어겼을 때는 이미 어기고 있는 그 개체가 하는 행동이 벌써 다르죠.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대개 으뜸 수컷이 혼자서 암컷들을 다 짝짓기를 하는 건데 가끔가다가 2인자, 3인자 이쯤 되는 녀석이 약간 나무 뒤에 숨어서 암컷하고 짝짓기를 몰래 해요. 하면서 계속 살피는 거죠. 그러다가 들킨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줄행랑을 놓는 거니까.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어쨌든 그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옳지 않다 하는 걸 알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게 과연 이제 우리가 지금 어렵다라고 얘기하는 게 이게 근본적으로 어떤 인본주의적인 차원에서 사회가 얘기하는 죄가 정말 내 죄일까 뭐 이런 거 오면 너무 어려워지는데. 동물들도 과연 그런 수준에서 생각을 할까. 그건 아니리라고 저희들은 믿는 거고요.
◇ 정관용> 지금 예로 드신 걸로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으뜸 수컷의 눈치, 으뜸 수컷의 독재에 따른 그가 정한.
◆ 최재천> 으뜸 수컷이 만들어놓은 룰에 어긋나는 걸 하고 있을 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겠지? 하는 그 정도 수준의 죄의식이지 이게 내가 원숭이로 태어나서 이런 짓을 하고 사느냐 이런 회의를 느껴가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는 거죠.
◇ 정관용> 으뜸 수컷의 권력에 의해서 그냥 만들어진 룰이라고 한다면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룰이 있을 거고. 벌 세계나 개미 세계에서 그 사회의 룰을 사회 유지를 위협하는 죄 이런 것도 있나요?
◆ 최재천> 글쎄요, 개미나 벌 사회에서는 그 정도의 반역 수준의 그런 걸 저희가 찾아본 건 없어요. 다만 아예 기획을 하고 남의 나라로 홀로 잠입해서 그 나라의 여왕을 죽이고 여왕이 되는 개미는 있습니다. 그게 그 나라에서는, 그런 종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여왕이 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냄새로 위장을 하고 잠입을 해서 그 나라의 여왕을 물어죽이고 차기가 여왕으로 등극하는 이런 일은 있을 거예요.
◇ 정관용> 원래 태어나는 개미도 여왕 개미로 태어났는데 그런데 남의 제국에 들어가서.
◆ 최재천> 나라를 처음부터 이렇게 세우는 게 아니라 남이 만들어놓은 나라를 빼앗는 그런 경우는 있죠.
◇ 정관용> 특이하네요. 쿠데타도 아니고.
◆ 최재천> 그건 몇몇 종에서. 저희가 부르는 용어로는 찬탈 이런 정도의 용어로.
◇ 정관용> 찬탈인데 내부에서의 찬탈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가서 전쟁도 아니고 혼자서. 그건 참 독특하군요.
◆ 최재천> 거기서 우리가 연구를 많이 한 건 과연 어떻게 잠입하느냐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그걸 절묘하게 자기 냄새를 위장해가면서 잠입해서 그런 일을 저지르고. 그래서 그걸 저희는 큰 테두리에서는 기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들여다봐요. 이게 남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이용해 먹는 거니까. 기본적으로는 기생에 해당하는 거다 이렇게 보죠.
◇ 정관용> 아무튼 그건 좀 다른 경우고. 아까 얘기. 침팬지 사회나 이런 데로 돌아가서 으뜸 수컷이 정한 어떤 것 이렇게 표현하셨잖아요. 그거 말고 우리로 치면 일종의 검찰이나 법원과 같은 그런 기능을 담당하는. 그래서 이건 잘못이야, 이걸 판정한다든지 아니면 잘못한 사람을 체포해서 으뜸 수컷 앞에 데려다놓는 다든지 이런 역할을 하는 개체들도 있어요?
법원 내려다 보는 정의의 여신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재천> 만화영화에는 가끔 그런 존재가 나오잖아요. 으뜸 수컷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데. 저희가 지금까지 관찰해 본 동물세계에는 그런 일을 하는 개체, 그러니까 어떤 감찰관 내지는 감찰기관, 조직은 발견한 적 없습니다. 다만 굉장히 오늘 저는 이 주제에 대해서 제일 하고 싶은 얘기는 저희가 이제 영어로 워커 폴리싱(worker polic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일개미들이 스스로 경찰 행위를 해요.
◇ 정관용> 어떻게요?
◆ 최재천> 좌우로 늘 살피면서 일개미들 중에서 자기 알을 낳는 일개미가 있거든요. 여왕개미만 알을 낳아야 하는데 거기서 물론 어떤 의지를 갖고 낳는 건지 아니면 여왕개미가 뿜어내는 페로몬, 여왕물질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서 체내의 생식기관이 발육이 되는 상황에 뭐 어쩔 수 없이 자기도 알을 낳는 경우 이런 걸 여왕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발굴해서 그걸 잡아 죽이거나 먹어치우는 게 아니고요. 일개미들끼리 서로 그걸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네가 그러면 그게 국가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야. 그래서 자발적인 고발, 자발적인 관리 이런 걸 해요. 그래서 일개미들이 스스로 그런 짓을 하는 일개미를.
◇ 정관용> 죽여요?
◆ 최재천> 죽이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지만 그 일개미가 낳은 알을 먹어치워요. 먹어치워서 그걸 뭐 그렇게 감옥에 보내거나 이런 수준으로는 안 하는데 국가에 이득이 안 되는 일을 하는 존재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응징하고 이런 일을 해요.
◇ 정관용> 자기들끼리? 자정기능이네요, 자정.
◆ 최재천>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이걸 글을 몇 번 이미 썼는데요. 사실 우리도 어느 정도 그런 걸 사실 하고 살잖아요, 어떤 의미에서. 누가 어떤 일을 했을 때 에이, 저게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그러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우리들 중에 상당히 의협심이 강한 사람은 그 응징하잖아요. 내가 손해 보더라도 저거 못 참는다. 그러니까 뭔가 우리들 마음속에는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갔으면 좋겠는데 그걸 이용해 먹는 게 프리라이더들을 거저먹는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응징하려고.
◇ 정관용> 무임승차자들.
◆ 최재천> 무임승차자들을 하죠. 그게 굉장히 개미나 벌사회에서는 상당히 잘 운영이 되고 있어요.
◇ 정관용> 그게 아예 영어로 표현이 있군요? 워커 폴리싱.
◆ 최재천> 그러니까 일개미 경찰. 그러니까 자정경찰 역할을 한다 그거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특정 일개미들만 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더라.
◆ 최재천> 그건 아닙니다. 모두가 합니다.
◇ 정관용> 모든 일개미들이 다 그런 역할을 알고 하더라?
◆ 최재천>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결국은 남의 눈이 무서운 거죠. 우리 사회에서도 사실은 제일 무서운 게 남의 눈인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남의 눈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네가 뭔데 나를 그래, 그런 식으로 하면 안하무인 격으로 이렇게 해치우는. 그런데 저희가 관찰하는 그런 동물세계 몇몇 사회에서는 그게 가장 무서운 일입니다.
◇ 정관용> 방금 언급하신 인간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안하무인 격의 이러한 일들이 생겼다라고 하는 게 이제 권력 개념을 넣어서 보면 일부 특권층들은 우리만의 세계에서 우리끼리 하는 행동들을 쟤들이 어떻게 우리를 보겠어. 이러면서 그 안에서 안하무인적 행동이 나오고 그 안에서 자기 독점적 권력을 이용한 각종 행태들이 악행으로까지 가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게 간간이 이제 드러날 때 시민, 민중들의 어떤 질타를 받고 이러면서 또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우리 그런 역사를 걸어왔잖아요. 동물세계에는 그렇게 자기들끼리만의 아방궁 이런 건 못 만들지 않나요?
◆ 최재천> 못 만들고 있는지 우리가 뭐 일일이 다 들여다본 게 아니라서 그건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보다는 아무래도 사회가 우리만큼 그렇게 거대한 사회가 아니거나 그러니까 어떤 개미는 우리보다 훨씬 거대하지만 모든 게 열려 있는 사회에 있다 보니까.
◇ 정관용> 투명하죠, 투명하죠.
◆ 최재천> 그러니까 뭐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면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드러나도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사람들은 너희가 그래서 어쩌자고 하는 식으로 버티는 굉장히 얼굴 두꺼운 분들이 생기는 거지만 동물세계에서는 그게 굉장히 힘들어요. 이게 이제 돌고래에서 아주 절묘하게 나타나는데요. 돌고래 수컷들의 가장 큰 삶의 어려움이 암컷을 코너에 몰 수 없다는 거거든요.
◇ 정관용> 코너에 몰 수 없다?
◆ 최재천> 이게 망망대해라서 나 너 사랑한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죠, 저 바다에. 그러니까 그냥 마냥 쫓아가야 되는데 도망가는 쪽이 늘 유리하거든요. 가다가 탁 꺾으면.
◇ 정관용> 워낙 넓으니까?
◆ 최재천> 뒤에 따라오는 놈은 축 도망가야 되니까. 그래서 돌고래들은 언제나 2마리, 3마리 수컷이 함께 다닙니다.
◇ 정관용> 그러면서 도와요, 서로?
◆ 최재천> 패거리를 만들어서 2마리가 쫓아가면 암컷이 꺾으려고 그러면 이쪽에서 딱 치고 딱 치고 막아서 1시간, 2시간이고 쫓아다니면 암컷이 이제 드디어 수락을 합니다.
◇ 정관용> 구애를 협업해서 하네요.
◆ 최재천> 그렇죠. 그런데 그런 아이들 중에 예를 들어서 2마리 짝이 잘 그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2마리 놈이 들어와서 우리가 쫓아가는 암컷을 뺏는 경우가 있어요.
◇ 정관용> 다른 수컷들이.
무리지어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공)
◆ 최재천> 그러면 또 연락을 하면 우리랑 평소에 잘 지내는 두세 마리 패거리가 또 와서 우리를 도와주기도 하고 이걸 해요. 그런데 이제 포인트는 어디 있냐 하면 공정함에 있어요. 2마리나 3마리가 이렇게 해서 성공을 하면 그중의 1마리가 짝짓기를 하죠. 다른 1마리는 망을 봐주고. 그다음에 두 번째 암컷을 또 성공하면 아까 망봐준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이렇게 순서대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나라에도 그 사회에도 얌체가 있어요.
◇ 정관용> 그걸 어겨요?
◆ 최재천> 네. 먼저 짝짓기를 하고.
◇ 정관용> 안 도와줘요?
◆ 최재천> 그다음에 튀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니까 안 도와주고?
◆ 최재천> 이번에 내가 도와줘봐야 내가 망봐야 되니까 튀어요. 그런데 몇 번 그런 놈한테 당합니다. 그런데 그게 몇 번 이어지면 그 동네, 그 바다의 모든 돌고래가 그 정보를 다 공유합니다. 저 자식은 못 믿을 놈이야. 평판이 나빠지면.
◇ 정관용> 어떻게 됩니까?
◆ 최재천> 그놈이 이제 끼어들어야 되잖아요, 짝짓기를 하려면 어느 패거리에.
◇ 정관용> 아무도 안 도와줘요?
◆ 최재천> 패거리에 저희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의하면 패거리에 끼어는 주는데 짝짓기할 때가 되면 네가 왜. 그리고 탁 밀어내요. 그러니까 너 같은 놈은 이 사회에서 발 디딜 데 없는 거야 딱 밀어내요. 그러니까 그 사회적 평판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거예요. 지금 사실 우리도 마지막 믿을 수 있는 건 사회적 평판이잖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거인데 그것도 무시하면서 이제 갑질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동물사회만큼 정말 철저하게 공개되면 이건 뭐 빠져나갈 구멍이 없지 않을까.
◇ 정관용> 그렇죠. 우리가 동물세계에서 배워야 할 건 가려지는 게 없어야 돼요. 투명하게, 더 투명하게 더 만들어야죠. 권력이 센 곳일수록 더 투명하게.
◆ 최재천> 그 권력 가지고 뭘 하는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이걸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으면 못하죠.
◇ 정관용> 그게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의 민주주의 확대 역사거든요. 소수 왕권이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르던 세계에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면서 민주주의가 확장돼 온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아직도 우리는 더 멀었네요.
◆ 최재천> 훨씬 확장해야 되겠죠.
◇ 정관용> 그런데 제가 아까 돌고래 얘기를 하면서 제가 이제 벌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재미있는 관점이 생각이 들었는데 아예 무리에서 추방해 버리는 벌은 아니네요. 무리에 끼어주기는 하나 그걸 저지른 악행. 너 지난번 짝짓기 때 너만 저거 하고 나는 안 도와줬으니까 너도 똑같은 그 벌칙을 당해 봐. 거기까지네요?
◆ 최재천> 그런데 어떻게 보면 더 약았죠. 그놈 일은 시켜먹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무리 속에서의 일.
◆ 최재천> 같이 암컷 몰고 가는 것까지는 너 일하고 싶어? 그래, 해. 그런데 보상받는 순간에 너는 아니잖아. 딱 밀어내요. 어떻게 보면 아주 현명하고 아주 영리한. 괜히 끼지도 못하는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동물보감 코너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이 라이온킹의 음악이잖아요. 라이온킹이라는 영화를 보면 역모를 꾀하던 스카를 추방해 버리는 그런 벌칙을 주지 않습니까? 동물세계의 그런 죄가 판정이 났어요. 그러면 아까 일개미들은 벌칙을 주지는 않고 그냥 일종의 악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그 알을 먹어치워서 증거를 없애버리더라. 분란의 소지 자체들을 없애버리더라 이런 말씀 들었잖아요. 또 으뜸 수컷이 있는 군집에서는 아마 나쁜 짓하는 놈이 있으면 흠씬 두들겨패죠? 체벌을 가하죠?
◆ 최재천> 두들겨패기 전에 도망가죠.
◇ 정관용> 그리고 아예 무리에 다시 안 돌아와요?
◆ 최재천> 그렇죠. 대개 못 돌아오죠.
◇ 정관용> 완전히 무리에서 추방해요?
◆ 최재천> 굉장히 큰 일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돌아오기 힘들죠. 그런데 사실은 그보다 더 자주 벌어지는 일은 또 비굴하게 와서 머리 숙이고 들어와서 밑에서 지내다가 언젠가 또 나한테 기회가 오나 또 호시탐탐 노려보고 조금은 질척거리고 그렇게 사는 거죠. 우리처럼 한 번 잘못한 사람은 사회에 발을 디디기조차 힘들게 그렇게까지 처벌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정관용> 동물세계의 벌은 그러면 인간보다는 조금 관대하더라. 내지는 최소한의 생존과 공존까지는 인정하더라.
◆ 최재천>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의 죄가 사실 죄질로 보면 우리 인간사회의 죄질에 비하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거든요.
◇ 정관용> 하긴 또 그러네요.
◆ 최재천> 우리는 별 이유도 없는데 기분 나빠서 죽여버리거나.
◇ 정관용> 게다가 연쇄살인도 있고.
◆ 최재천>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막 죽이고.
◇ 정관용> 그뿐 아니라 경제사범들. 수백 명, 수천 명의 재산을 없애버리잖아요. 동물세계에서 그건 불가능하죠.
◆ 최재천> 불가능하죠. 이걸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하게 하는 게 아니라 쫓겨났다가 어느 날 빌빌 거리고 들어오기도 하고 그냥 같이 살아요, 보면.
◇ 정관용> 동물세계의 죄와 벌. 인간에 비해서 우선 죄의 크기가 작다. 그러다 보니 벌도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더라. 그러나 모든 게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죄는 숨길 수가 없더라.
◆ 최재천> 그러니까 큰 죄를 못 저지르는 거겠죠.
◇ 정관용> 그 말이 맞는 말이네요. 우리도 투명하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겠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고맙습니다.최재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