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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감쪽같은 그녀', 착한 사람들이 보여준 웃음과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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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4일 개봉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 (사진=㈜지오필름 제공)

 

포대기가 비친다. 알고 보니 이제 겨우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갓난아기를 업고 있다. 끝이 없어 보이는 높다란 마을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말순(나문희 분) 집이다. 집주인 말순은 짐 중 가장 소중해 보이는 것을 꼭 끌어안고 꾸벅꾸벅 졸다 깬 공주(김수안 분)를 보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 짐을 떨어뜨리고 만다. 쨍그랑 하고 깨진 건, 자기 딸 이름이 선명히 적힌 유골함이다. 그야말로 강렬한 첫 만남이다.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는 할머니가 하루아침에 눈앞에 나타난 손녀와 같이 살면서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집으로', '계춘할망', '덕구' 등 이전에도 활발히 만들어진 나이 차이가 큰 손주 아이들과 조(부)모의 동거기다.

말순은 직접 만든 손수건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김밥은 만들 때마다 불티나게 팔리는데 정작 말순은 공치는 날이 많다. 그런 와중에 초등학생 공주와 갓난아기 진주까지 먹을 입은 늘었다. 기저귓값이 없어 증정용을 노리거나, 체육복을 사지 못해 운동장에 나가 뛰놀 수 없으며, 배고픔을 설탕으로 견디는 공주를 보면 짠한 마음이 앞선다.

먹고사는 것이 고단하다고 해서 말순-공주-진주 가족의 삶에 괴로움이나 절망만 드리운 것은 아니다. 특히 공주는 어른스러우면서도 씩씩하다. 공주는 제법 공부도 잘했고, 전학 오자마자 자신에게 뿅 하고 반해버린 귀여운 이성 친구 우람(임한빈 분)도 있으며, 자신을 질투하며 시비 거는 황숙(강보경 분) 무리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깡이 있다.

불청객 혹은 군식구로 여길 수도 있었을 텐데, 어긋나고 부딪히며 갈등하기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감싸 안는 말순의 품은 넉넉하다. 담임 선생님(천우희 분)이나 사회복지사 동광(고규필 분), 동네 의원 의사 선생님 혜인(최정윤 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말순네 가족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지만 가볍게 동정하지도 않고 불필요하게 그 사실을 떠벌리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한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 다시 없을 것 같은 전형적인 '천사표'를 그리지도 않는다. 때로 서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남들 눈에는 답답하고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말순이든, 공주든. 빨리 철들어버린 어린아이가 언제나 바람직하고 옳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주 역 김수안, 황숙 역 강보경, 우람 역 임한빈 (사진=㈜지오필름 제공)

 

다만 '감쪽같은 그녀'에는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선의와 챙김이 계속된다. 악인이 없다는 것은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극적인 장치가 나오기는 하나, 이야기 전개를 위해 갑자기 주인공에게 불행과 고난을 몰아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노인, 초등학생, 갓난아기까지 여성만 사는 집은 다행히도 위협받지 않는다. 시커먼 속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없고, 대개 사람들이 솔직하고 뒤끝 없다. 말순과 공주의 다툼은 화해와 치유가 가능한 수준으로 묘사된다. 연출도 친절하다. 관객들은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모르고 지나갈 수 없다.

전반부의 코미디는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아이들이 큰 역할을 해낸다. 가끔은 어른들의 수작 부리는 멘트를 따라하기도 하지만, 몸도 생각도 밝고 건강하며 무엇보다 곤란에 빠진 친구를 구해내는 기지가 있는 우람 역 임한빈이 눈에 띈다. 전형적인 깍쟁이 스타일의 '얄미운 경쟁자'인 줄 알았지만 의외의 모습으로 빵 터뜨리게 하는 황숙 역 강보경도 새로운 발견이다.

'아역'이라고 따로 구분 짓지 않아도 될 만큼,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난 김수안은 코미디와 감동 코드를 자유롭게 오간다. 해맑은 웃음과 수심이 드리운 얼굴이 다 잘 어울린다. 할머니 말순과의 호흡은 부족함과 넘침이 없다. 비부산인인 기자가 보기에 사투리 연기도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감쪽같은 그녀'의 처음이자 끝은 단연 나문희다. 대들보처럼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다. 동네 할머니들과 내기 화투를 칠 때는 싱글벙글하다가도, 혼자 남겨졌을 때는 솔직한 막막함을 표현하고, 비난받는 손녀 앞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편'이 되어준다. 후반부 들어서는 약간 억울할 마음도 든다. 아주 평온한 얼굴로 관객들의 눈물 콧물을 빼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착한 이들이 가득한, 웃으며 시작했다가 눈가를 적시며 마무리하는 작품. 휴지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4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25초, 전체 관람가, 한국, 드라마.

'감쪽같은 그녀'에서 하루아침에 찾아온 손녀 공주-진주와 함께 살게 된 말순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 (사진=㈜지오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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