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공연모습 (사진=㈜라이브 제공)
"아무리 점령당한 땅이라 해도 예술마저 점령당할 수 없잖아"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팬레터'는 자유를 비롯해 그 모든 것이 억압받던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순수 문학을 향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초·재연 당시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름다운 넘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팬레터'는 올해 더 업그레이드된 삼연 무대로 관객들을 찾았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뮤지컬 '팬레터' 프레스콜에서 '히카루' 역을 맡은 소정화는 "초연, 재연, 삼연까지 겪고 보면서 기존의 것을 지키고 싶은 것과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며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이 저희의 과제였다다. 배우들 역시 다 디테일한 노력들을 더 하게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정화를 비롯해 김히어라, 김종구, 문성일, 권동호는 초연부터 삼연까지 팬레터와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이다.
뮤지컬 '팬레터' 공연모습 (사진=㈜라이브 제공)
같은 역의 김히어라 역시 "삼연까지 하면서 익숙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새로운 페어를 만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문성일 배우랑은 삼연까지 함께했기 때문에 익숙한게 있다면 다른 배우들과 할때는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야 해서 유연함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환태' 역의 권동호는 "삼연까지 하면서 제가 스스 느낀건 극을 내가 환기해야겠다는 것이었다"며 "제가 맡은 롤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롤이고 공연이 잘 진행되기 위한 롤이라고 생각해서 중점을 두고 웃기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팬레터'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모던 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순수문학단체 구인회를 모델로 한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를 등장시켜 당대 시대 분위기와 예술적 감성을 복원했다.
캐릭터의 면면을 살펴보면 조금 더 흥미롭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천재 시인 이윤은 각각 김유정과 이상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졌다.
구인회를 모델로 한 칠인회 역시 비슷하다. 소설가 이태준과 문학평론가 김환태는 실제 인물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김수남은 시인 김기림을 모티브로 표현했다.
'이윤' 역의 박정표는 "'팬레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님이 쓰신 창작 희곡이라는 점이다"라면서 "이상이 살았던 시대 배경을 모티브로 했고,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실존 작가를 모티브로 하지믄 고증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물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해진'을 연기하는 김종구는 "해진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이 사람은 슬픔을 안고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우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다가 세훈과 히카루를 만나게 됐고, 제가 표현했던 김해진이 김유정의 생각과 같다면 무대에서 표현하는 느낌들이 그분에게 와닿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고 전했다.
'이태준' 역의 임별은 "칠인회는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많은 질타를 받지만, 그걸 무릅쓰고 계속 순수예술을 사랑하고 해내려고 하는 그런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수남' 역의 이승현 역시 "칠인회가 중점적으로 표현해야 할 것은 우리가 문학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고, 조선인만의 감수성을 지켜내야 하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아름다운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라면서 "이러한 책임감을 갖고 극 중 시인들을 통해 선배들과 선조들 중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의 '팬레터'를 통해 베일에 싸인 천재 여류 작가 '히카루'의 비밀을 풀어 나간다. 그 과정 속 각자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 그리고 사랑은 관객들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세훈' 역의 문성일은 "세훈이가 과거로 돌아갔을 때 부르는 넘버가 '아무도 모른다'인데 이 장면이 세훈이라는 아이의 서사가 시작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문학도로서 시대적 배경 안에서, 가정 안에서 억압 받는 것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이 친구로서는 굉장히 진지하고 마음에 크게 동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누가 내 이름을 알아주고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팬레터'는 내년 2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