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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랭킹은 낮아졌어도 더 커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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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테니스 간판 2019시즌 결산 인터뷰

29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2019'에서 정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년째 한국 테니스의 간판 역할을 했던 정현(23·제네시스 후원).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당시 정현은 전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4강전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정현은 세계 테니스계에 확실히 존재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정현은 이후 발바닥은 물론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인 역대 최고인 19위까지 올랐던 세계 랭킹은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올 시즌도 정현은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현재 랭킹도 129위로 88위인 권순우(22·CJ 후원)에 밀린 상황이다.

그 사이 정현과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은 기량이 급성장했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등이 세계 5~7위를 달리며 라파엘 나달(스페인), 조코비치, 페더러 등 세계 1~3위의 이른바 '빅3'를 위협하고 있다.

정현은 2017년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메드베데프를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21세 이하 유망주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정현이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현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초심으로 돌아가 온전히 테니스를 즐기겠다는 마음이다.

정현은 2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네시스와 함께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2019' 행사에서 올 시즌을 결산하고 2020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성적은 비록 지난해보다 좋지 않았지만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정현이 29일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2019' 행사에서 제네시스 차량 앞에서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후배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네시스)

 

이날 정현은 "올해 많은 부상으로 6개월 공백이 있었다"면서 "중국 청두 챌린저대회에 복귀해서 생각지 못한 결과(우승)를 얻어 놀라기도 했다"고 2019시즌을 돌아봤다. 이어 "복귀가 설레기도 했고 최근 컨디션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고 경기장에 있는 현재가 즐겁다"고 미소를 보였다.

올 시즌에 대한 자평은 살짝 박했다. 정현은 "올해는 10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면서 "시즌을 절반밖에 소화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머지 절반은 많은 부상이었지만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겨낸 그 태도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현은 지난 2월 ATP 투어 ABN 암로 월드 토너먼트 이후 부상으로 재활하다 8월 중국 청두 인터내셔널 챌린저 대회에서 복귀해 우승했다. ATP 투어에서는 8월 윈스텀 세일럼오픈과 10월 스톡홀름 오픈 등 8강까지만 올랐다.

그럼에도 정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정현은 "지난해는 호주오픈을 잘 하고 나서부터는 조금 부담과 압박감 있었다"면서 "지금은 결과 좋지 않아도 과정이 즐거웠다는 마음가짐이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더라도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최근에는 테니스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 부담으로 괴로워 하기보다 부상 없이 경기를 뛰는 현재에 감사하겠다는 것. 정현은 "많은 팬들 앞에 건강하게 경기할 수 있는 모습 보인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성숙함이 느껴진다. 정현은 "올해 제일 좋았던 것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정신력?"이라고 짚었다.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 대해서도 "(부담이나 조바심) 그런 것은 생각해본 것 없다"면서 "많은 걸 배우면서 성장하고,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다시 한번 경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린 선수들에 대해서도 "조언할 나이는 아니지만 경기나 승패에 상관없이 그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이면 한다"고 전했다.

내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정현은 대신 "조금 더 성숙하고 더 멋진 모습으로 경기할 수 있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며 다소 추상적인 각오를 다졌다.

다만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현은 "운동 선수라면 당연히 올림픽 출전하고 싶고 기회만 된다면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가 대항전 데이비스컵에 나서야 하는데 지난해는 대한테니스협회 공식 후원업체의 테니스화를 착용해야 해서 발 부상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내년 3월 이탈리아와 월드 그룹 예선 때는 협회가 (개인 테니스화 착용)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당부했다. 랭킹은 낮아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커진 정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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