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간사와 자유한국당 이종배 간사가 참석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513조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소(小)소위로 넘기는 조건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예산심사 파행이 28일까지 계속되면서 '날림 심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산안 심사가 법적 기한을 넘길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과 협상이 엮일 수 있어 연말 정국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교섭단체 3당 간사들은 전날 예산안을 소소위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민주당은 자당 소속 예결특위 소위원회 위원 명의로 이날 오전 10시 소위 회의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여야는 1차 소위 감액심사를 끝낸 지난 22일 이후 예산심사를 멈춘 상태다. 보통 소위 감액심사 후 여야 교섭단체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증.감액 심사를 이어가지만, 소소위에 대해 이날까지도 합의를 못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 위원장을 비롯 야당 간사들은 소소위로 예산안 협의를 넘기는 대신 소소위 내용을 속기록에 남기고, 매일 브리핑을 하는 등 공개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효율적인 협의를 위해선 비공개 소소위를 하든지, 소위를 다시 한번 할 것을 요구하면서 평행선만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소위는 소위를 더욱 축소해 교섭단체 간사들만 참여한다고 해서 소(小)를 붙인 '소소위'로 불린다.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비공개 원칙인 탓에 '깜깜이'로 비판받아왔다.
게다가 법적 예산 심사 기간이 다음달 2일까지로 주말 포함 5일밖에 남지 않아, 소소위로 들어간다고 해도 충분한 심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산소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보류한 안건만 679개 사업 중 482건에 이른다. 여야 간사 3명이 내용을 보고 협의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이다.
사상 최대 예산이란 점에서도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소소위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야당은 정부의 일자리 사업 예산을 '가짜 일자리'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의 핵심 관심사인 남북관계 예산과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 각종 민생예산에 대해서도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한 각축전도 벌일 게 뻔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협상이 될 전망이다.
결국 올해 예산안도 법정 기일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해에도 거듭된 소위 파행 끝에 법정 기일을 6일 넘겨 예산안이 통과됐다.
막판까지 합의가 안될 경우, 지난해처럼 예산안도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원내대표 간 협상에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선거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얽힐 수도 있어, 협상은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 예산안 통과가 지난해보다 더욱 늦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여야 4당의 의석수가 과반(149석)을 넘어 12월 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 처리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손을 잡고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더불어한국당'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정반대 그림이 펼쳐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