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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디오 아트'의 30년 역사를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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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 개최
11월 28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박현기의 '무제'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리는 흔히 '비디오 아트' 하면 누구나 백남준(1932~2006)을 쉽게 떠올린다. 백남준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트의 거장이라는 것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남준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970년대 여러 작가들에 의해 비디오 아트가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8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하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은 1970년대 태동기부터 90년대까지의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부터 1980~9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 그리고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1990년대 후반 싱글채널 비디오 이르기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조명한다.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육근병, 이원곤, 김수자, 함양아, 박화영, 문경원, 전준호, 김세진 등 국내 비디오 작가 60명의 작품 130여 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비디오 아트 30년의 역사를 오롯이 전한다.

실험과 새로움, 대안의 의미를 가지며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 등장한 비디오 아트는 당대 현대미술의 지형 변화 뿐 아니라 TV, VCR,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모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 내·외부의 환경 및 매체의 변화 속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 신체/퍼포먼스/비디오 ▲ 사회, 서사, 비디오 ▲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등 7개 주제로 구성됐다.

이 같은 7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비디오 아트가 변모하고 진화했던 역사를 다각도로 해석한다.

국내에서 비디오 아트는 1970년대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강소 등 일군의 작가들에 의해 시작됐다. 특히 박현기는 돌과 (모니터 속) 돌을 쌓은 '비디오 돌탑' 시리즈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비디오 아트를 이끌었다.

이번 전시는 모니터를 활용한 박현기의 초기작 '무제'(1979)를 비롯해, 김구림의 '걸레'(1974/2001)와 초기 필름 작품 '1/24초의 의미'(1969), 그리고 곽덕준, 김순기 등의 초기 비디오 작품들을 선보인다.

기술과 뉴미디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던 1980년대 말 1990년대는 탈 평면, 탈 장르, 탈 모더니즘이 한국 현대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 이 시기에는 조각이나 설치에 영상이 개입되는 '장치적' 성격의 비디오 조각, 비디오 설치가 주류를 이뤘다.

'타라'(1981~1990)의 육근병과 '로고스와 파토스'(1986~1999)의 이원곤, 김덕년 등은 1980년대 말부터 비디오 매체를 통해 가상과 실재의 관계를 실험했다.

특히 육근병의 '풍경의소리+터를위한 눈'(1988)은 갤러리 도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봉분 형상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했다.

'비디오 조각'은 영상 편집 기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이전인 1990년대 중·후반 까지 이어졌다. 또한 이 시기에는 조각의 물리적 움직임과 영상을 결합한 비디오 키네틱 조각도 등장한다.

이 시대에는 영상의 내용을 다층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써 조각의 '움직임'에 주목한 문주, 안수진, 김형기, 올리버 그림, 나준기 등과 기억, 문명에 대한 비판, 인간의 숙명 등 보다 관념적이고 실존적인 주제를 다뤘던 육태진, 김해민, 김영진,조 조승호, 나경자 등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성, 정체성, 여성주의 담론의 등장과 함께 신체 미술과 퍼포먼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된 비디오 퍼포먼스가 나왔다.

오상길, 이윰, 장지희, 장지아, 구자영, 김승영 등의 신체/퍼포먼스 기반 영상 작품은 비디오 매체의 자기 반영적 특성을 이용해 예술가의 몸을 행위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다룬다.

또 이 시기에는 세계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국내 및 국제적 쟁점과 역사적 현실을 다룬 비디오 작품도 등장했다.

이주, 유목을 작가의 경험, 기억과 연동한 퍼포먼스 비디오를 선보인 김수자, IMF 외환위기를 다룬 이용백, 아시아를 여행하며 노란색을 착장한 사람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상의 함경아,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오경화 등을 비롯해 육근병, 심철웅, 노재운, 서동화, 김범 등 시대상을 다룬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또 1990년대에는 정보통신매체와 영상 매체의 확산 속에서 대중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노래방을 제작·설치한 이불과 광고, 애니메이션, 홈쇼핑 등 소비와 문화적 쟁점을 다룬 김태은, 김지현, 이이남, 심철웅 등의 비디오 작품이 눈에 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영상매체 특유의 기법에 충실하며 제작된 싱글채널 비디오는 시선의 파편적 전개, 시간의 비연속적 흐름, 시공간의 중첩과 교차 등을 구현하는 멀티채널 비디오로 전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세진, 박화영, 함양아, 서현석, 박혜성, 유비호, 한계륜, 문경원, 전준호 등의 초기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을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과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그 독자성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국내 비디오 아트 담론과 비평, 창작에 유의미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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