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뮤지컬 '레베카', '아이다', '보디가드' 포스터
최근 방송과 영화 등에서 여성이 주요 배역을 맡아 서사를 풀어내는 등 캐릭터를 각인시키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에서도 이러한 여풍(女風)이 감지돼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함께 개막한 뮤지컬 '레베카'와 '아이다'는 여성의 서사가 한껏 도드라진 작품이다.
특히 같은 날 개막한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5번째 시즌으로, 오랜 기간 관객들에 많은 사랑을 받아온 대작 뮤지컬이다.
개막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두 작품 모두 탄탄한 드라마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구성된 배우들의 열연은 벌써부터 호평이 쏟아지며 또 한번의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 '레베카' 공연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대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소설 '레베카(1938)'을 원작으로 하고 거창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ock)의 영화 '레베카'에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영화와 원작 소설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로맨스는 물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드라마가 특징이다.
작품은 '막심 드 윈터'와의 사랑으로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된 '나(I)'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택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는 전 부인 '레베카 드 윈터'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집사 '댄버스 부인'과 '나'의 대립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요소로 작용한다.
더욱이 이들 배역만의 확실한 캐릭터는 배우와 의상, 그리고 대사 등으로 밀도있게 표현돼 확고한 대립의 묘(妙)를 전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뮤지컬 '아이다' 공연모습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14년 간의 국내 무대를 마무리하는 뮤지컬 '아이다'는 마지막 시즌인 만큼 역대급 무대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노예화 하던 시절 혼란기에 펼쳐지는 치명적이고 신화적인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국 사랑 이야기'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다.
더욱이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왔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고, 신음하는 누비아 백성들에 대한 책임감에 고뇌하는 아이다의 모습에서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뮤지컬 '보디가드' 공연모습 (사진=CJ ENM 제공)
오는 28일 개막하는 뮤지컬 '보디가드' 역시 진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영화 '보디가드'(1992)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인 동시에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15곡을 더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원작 영화를 충실하게 재해석하는 한편, '사운드트랙'을 그대로 사용함과 동시에 휘트니 휴스턴의 또 다른 대표 히트곡을 반영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묘미를 살려냈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당대 최고의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그녀를 보호하는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의 러브 스토리는 물론 아름다운 넘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타이틀 롤인 '레이첼 마론'에 4명의 디바가 캐스팅 된 것이 특징이다. 김선영, 박기영, 손승연, 해나 등 4명의 배우는 각자 아름다운 목소리와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레베카의 '알리'(왼쪽)와 보디가드의 '박기영'
◇ 레베카 '알리', 보디가드 '박기영'…비슷한 행보 눈길각기 다른 두 작품에서 활약하는 두 여배우의 비슷한 행보 역시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레베카의 '알리'와 보디가드의 '박기영'이 그 주인공이다.
가수 출신으로 남다른 가창력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두 사람은 가요계 선후배로 실제로도 남다른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개막하는 뮤지컬에서 각기 다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이번 작품이 두번째 뮤지컬 무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5년 뮤지컬 '투란도트'에 출연해 첫 뮤지컬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알리는 뮤지컬 '레베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역할인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식어가 필요없는 명품 보컬로 널리 알려진 박기영 역시 이번이 두번째 뮤지컬 무대다. 지난 2014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 데뷔를 한 박기영은 이번에 팝스타 '레이첼 마론'을 연기하며 휘트니 휴스턴의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워킹맘이라는 모습도 닮았다. 지난 5월과 9월 연달아 결혼과 출산 소식을 전한 알리는 뮤지컬 '레베카'를 복귀작으로 정해 무대에 올랐다.
캐스팅 당시 알리는 임신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는데, 조기 출산으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뮤지컬에 합류하게 된 비화도 전해진다.
박기영 역시 지난 2012년 딸을 출산했다. 이후 오랜 기간 육아에 전념했던 박기영은 방송 등을 통해 다시금 활동을 이어왔고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한편 뮤지컬 '레베카'는 2020년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아이다'는 2020년 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되고 뮤지컬 '보디가드'는 오는 28일 개막해 2020년 2월 23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