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방위비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북한식 협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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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19일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된 가운데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왼쪽)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정부 입장과 협상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유한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 부담을 '조금 더' 해야 한다던 미국 국방부 장관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었거나 '조금 더'라는 개념을 모르는 인사의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리 정부가 해마다 지원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조8천억원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한참 전부터 들렸었다.

그런데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이 열린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은 매우 강한 동맹이며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을 해야만 한다"고 떠들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최근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초청해 30분 동안 방위비 50억달러 요구 얘기를 20번이나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9일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SMA)은 미국의 대폭적인 증액 요구로 파행끝에 조기종료되고 말았다.

협상이 끝난 뒤 한미 협상대표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예전과 다르게 협상시한이 연말까지 남았는데도 한미 모두 도무지 상대방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추후 협상난항은 물론 결국 돈문제로 66년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우리나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지원한 방위비분담금은 1조4백여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당초 미국이 50% 증액을 요구했지만 협상끝에 한국 국방예산 증가율 8.2%를 반영해 1년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방위비 분담금 3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사진=연합뉴스 제공)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그러나 어제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 한국 이의의 지역에 있더라도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는 자산과 인력운용의 비용 등 여러가지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우리 협상팀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섬에 따라 협상은 결렬됐다.

미국 협상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이 내놓은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못했다"며 한국이 새로운 제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1조원이던 방위비를 한꺼번에 5배를 올리라는 게 말이 되는가?

아니 따지고 보면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쓰는 돈은 방위비분담금 1조원뿐만이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15년에만 방위비분담금 외에 미군기지 주변 정비를 위한 1조4천억원, 한미연합사의 미 통신선 사용료와 전방감시를 위한 연합C4I체계 사용비 154억원, 카투사 병력지원에 98억원 등 직접 지원된 규모가 2조 4천억원에 달했다.

또 무상공여 토지 임대료 평가금액 7천1백억원과 훈련장 사용지원 236억원,각종 세금감면 1천1백억원,상하수도료와 전기료,가스사용료 감면 92억, 도로와 항만 공항,철도 이용료 면제 등 간접적으로 지원한 금액도 9천5백억원이나 됐다.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기존 협상틀과 범위가 있는데도 무작정 방위비를 5배 올리라는 미국의 주장은 횡포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방위비를 설령 5배를 올린다 해도 어떤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를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되는데 동맹국들의 '안보무임승차론'을 주창해온 트럼프의 의지에 따라 미국이 도가 넘어서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어제 협상결과에 대해 "트럼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미국 대표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몇마디 해보고 안된다 싶으니까 나간건데 무척 당황스럽다. 북한식 협상술"이라고 평가했다.

연합훈련에 불만을 터뜨려서 훈련 안하겠다고 했더니 아예 미군은 빠지라며 더 센 제안을 하고 대화는 없다며 버티는 북한이나 무작정 '돈돈돈… '거리는 미국이나 상대방 기를 꺾는 협상술은 탁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방위비분담금협상이 오랜 난항을 겪다 최종 두 나라 대통령의 합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맹의 가치를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두 대통령의 결기와 배짱에 따라 피같은 수조원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찌될까?

벌써부터 협상(협잡?)에 능하다는 트럼프의 전략이 통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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