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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에 극우서적 '활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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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정치사회 섹션 매대. (사진=트위터 캡처)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에 이어 극우서적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진영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편향된 시각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지난주 기준 교보문고의 정치사회 섹션 베스트셀러에는 반일 종족주의(이영훈 등저),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김세의 저), 탄핵은 무효다(류여해·정준길 저), 김정은이 만든 한국대통령(리소데츠 저), 이승만의 분노(전광훈 저) 등이 올랐다. 알라딘, YES24 등 다른 온라인서점에서도 대통령을 묻어버린 거짓의 산(우종창 저), 417호 대법정(이경재 저), 증언-박근혜 시대 그리고 내일(천영식 저) 등이 정치 섹션 베스트셀러에 올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책들은 주로 극우 진영에서 주장해온 내용들을 활자로 옮겨놨다.

대다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책들이다. <탄핵은 무효다>, <대통령을 묻어버린 거짓의 산>, <417호 대법정> 등은 탄핵의 신호탄이 된 태블릿 PC 보도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근거 없는 의혹들을 제기한다. 이 책들은 언론뿐 아니라 국회, 사법부까지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이란 점을 부각한다.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 <김정은이 만든 한국대통령> 등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상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과거사위원회 재조사 대상에 광주민주화운동을 포함시킨 것을 문제로 지적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나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극우서적 흥행의 시작점이 된 <반일 종족주의>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극우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대결구도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정부의 대척점에 있는 극우 세력들이 결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본인들의 주장과 신념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극우서적은 이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극우서적은 극우적 사상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은 뉴스 채널 스튜디오가 연상되는 곳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뉴스라는 권위가 필요해서다. 극우적 사상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책을 발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 평론가는 "극우서적들이 대형서점에 깔리면 극우적 사상에 권위를 더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극우서적 발간은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극우서적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다.

최 교수는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그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판단 기준을 흐리는 요소로 작용하거나,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극우서적은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만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붙는다면 잘못된 인식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판매 부수에 주목해야 한다. 극우 콘텐츠를 소비하는 층이 대다수 국민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아직까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극우가 득세하는 현상의 본질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김 평론가는 "극우의 득세는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극우세력에 편입되는 이들은 대체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극우적 사고만이 자신이 왜 사회로부터 소외됐는지 설명할 수 있다. 이전 정권의 책임자들 혹은 거기에 얽혀있는 이른바 적폐들은 이들의 심리를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본질을 놓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혐한론자, 유럽의 극우주의자들처럼 과격한 집단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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