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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같은 삶의 이야기 수채화 같이 그릴 것"…'늘푸른연극제' 다음달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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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하프라이프'를 비롯해 총 6개 작품 공연
원로 연극인들이 전하는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 눈길
12월 5일~2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아트원씨어터 3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 (사진=배덕훈 기자)

 

대한민국 공연예술계를 견인해 온 원로 연극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원숙한 예술성과 오랜 기간 지녀온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운다.

내달 5일 개막하는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다. 지난 2016년 제1회 원로연극제를 시작으로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그 꽃 피다'라는 부제 아래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과, 연극계가 가야 할 새로운 지표, 그리고 뜨거운 예술혼이 지닌 젊음의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18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에서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는 "늘푸른연극제는 원로 연극인들께서 그동안의 연륜을 대표가 되는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는 무대로 관객들한테는 그동안의 연극계의 역사성과 원숙한 예술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면서 "후배 연극인들에게는 원로 연극인들이 아직까지도 치열하게 무대작업 하는 모습을 통해서 새로운 연극의 자세를 배우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늘푸른연극제는 '하프라이프', '의자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황금 연못에 살다', '이혼예찬, '노부인의 방문' 등 총 6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원로 연극인들은 각각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을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을 통해 이 시대가 당면한 노인문제를 힘 있는 메시지로 관객에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 늘푸른연극제는 기존의 선정 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을 통해 작품을 선정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서 대표는 "늘푸른연극제는 70세 이상의 연극인들을 원로의 기준으로 삼는데 기준을 넘는 연세의 연극인 분들이 점점 많아져 공모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로 연극인들 중심으로 하는 축제지만 점점 젊음의 정신으로 관객과도 호흡을 하고 창작 의욕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 후배들에게 열정을 새롭게 보여주는 축제가 되겠다 해서 선정에서 공모로 형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하프라이프, ‘의자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왼쪽 아래부터) ‘황금 연못에 살다’, ‘이혼예찬!’, ‘노부인의 방문’ (사진=늘푸른연극제 제공)

 

개막작은 대한민국 문화계 역사의 산증인인 표재선 연출의 '하프라이프'다.

'하프라이프'는 캐나다의 수학 박사이자 철학자인 존 미톤의 희곡으로 노인 요양원에서 나이 든 노인들의 사랑과 그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랑, 나이듦, 망각, 가족 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표 연출은 "한국에서 망각, 나이듦이나 병이라는 것을 삶의 문제가 아닌 자연 과정으로 응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프라이프'는 상직적으로 소멸 직전의 맹렬하게 타오르는 생명성, 다 죽어가는 생명이 반만 남았다 등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 전체를 관통해서 나이듦과 사랑에 대한 화두, 기억, 망각, 부모와 자식간 문제, 죽음, 추억 등을 연극에 함유했다"며 "부모와 자식간의 가치가 변치 않는 가치로 상존함을 관객들에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는 이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 눈에는 눈물이 글썽했으면 좋겠고,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담겼으면 한다"며 "유화같이 짙은 삶의 얘기를 수채화 같이 투명하게 그리고자 하는 것이 연출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 민중극단의 정진수 연출은 대한민국 극작의 거목 윤대성 작의 연극 '이혼예찬'을 무대에 올린다.

'이혼예찬'은 지난 1989년 민중국단에 의해 '이혼의 조건'이란 제목으로 초연된 바 있다.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과 마침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결혼 생활 뿐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의미 없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번 늘푸른연극제에서 공연되는 유일한 창작극이다.

정 연출은 '이혼의 조건'에서 '이혼예찬'으로 제목을 바꾼 이유에 대해 "요즘 같은 경우 이혼도 해보고 삶의 경험도 좀 넓히는 등 폭넓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혼을 예찬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시대 분위기에 맞춰서 제목을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현대 연극이라는 말이 존재한다면 현대 연극작품으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극단의 대표 여배우인 이승옥은 세계적인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 '노부인의 방문'에서 짜나하시안 부인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이승옥은 "'노부인의 방문'은 과거 94년도에 연출과 무대세트 등이 독일에서 와서 국립극단에서 공연된 작품인데, 당시 연출이 꼭 저 여배우와 해야겠다 해가지고 제가 역할을 맡게된 그런 일화가 있는 작품"이라면서 "당시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작품을 하겠다 생각한 적 있었다"고 일화를 설명했다.

이어 "뒤렌마트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대단히 강한데 이번에 손정우 연출이 '정의'와 '배신' 두가지 단어에 포인트를 주고 연출을 하고 있다"며 "과연 돈이나 권력 앞에 정의라는 것이 있느냐 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우리시대에 맞게 배신과 정의, 돈과 권력으로 포커스를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승옥은 이번에 '노부인의 방문'으로 제1회 원로연극제 개최 이래 연극제에 참여하는 1호 여성 연극인이다.

이와관련 그는 이러한 호칭에 대해 "남성 연극인, 여성 연극인을 구분하는 것이 좀 그렇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자와 남자 성별을 가지고 얘기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냥 연극인이다. 그동안 남자 연극인이 선정되다가 제가 선정됐다는 것은 연령상 봐서 남성분들이 여성분들보다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그런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연극배우협회 초대회장, 제19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연극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공헌을 하고 있는 박웅은 장두이 작, 연출의 '황금 연못에 살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황금 연못에 살다'는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 미나가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한국사회의 '가족'에 대한 문제와 의미를 비롯해 삶의 의미를 재고케 하는 휴먼 드라마를 녹여낸 작품이다.

박웅은 "'황금 연못'이라는 작품을 각색을 해서 원작과느 조금은 형태가 다른 그런 연극으로 꾸며질 것"이라면서 "부부 간의 얘기 또는 가족 간의 얘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작풍성도 중요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극은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나 의미를 줬다거나 혹은 관객이 충격적인 것들을 받아간다거나 하는 그런 것이 좀 확실하게 나타난다면 배우로서 어느 정도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웅은 특히 이번 작품에서 아내인 배우 장미자와 함께 출연해 노부부를 연기한다.

이에대해 "제 동행자인 장미자와 같은 무대에 서고 오랫동안 함께 같은 연극을 해와 서로가 이해하는 점이나 불만스러운 점도 많지만, 저에게 주어진 하나의 어쩔 수 없는 천직이라 생각하고 도와가면서 오늘날 까지 해왔다"며 "서로 격려도 하고 관심도 갖지만 부담은 또 두배가 됐다"고 털어놨다.

강원도 연극계를 싹틔우고 성장시켜왔던 김경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전위극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를 담은 연극 '의자들'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의자들'이 이 연극제와 부합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김경태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인생 자체가 소통이 되지 않더라. 부조리하고 응어리지고, 그런데 이 작품은 노부부가 어떤 담아내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말한다"면서 "불소통에 대한 자기의 어떤 응어리 이런것들을 표현해내고자 하는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은 인생도 부조리하고 역시 해결점도 부조리 하기에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담담하게 담아낸 연극이다"라고 부연했다.

프랑스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인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대한민국 판토마임 1세대 배우 김동수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김동수는 이 작품은 2018년 2인극으로 각색을 시도해 초연했으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김동수는 "2003년 책을 구입해서 읽고 연극으로 만들어야지 했다가 16년 정도가 지나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각색을 하면서 시간이 쫓기고 정신없었지만 막상 막을 올리고 보니까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원로 연극제를 통해 25년 만에 연극 주인공 무대에 서게 됐고, '그 꽃 피다' 캐치프레이즈 처럼 다시 꽃을 피우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결과가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정진수 연출은 선정에서 공모로 바뀐 이번 연극제의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연출은 "공모 방식은 참가를 희망하는 원로들 자신이 신청하는 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반드시 떨어지는 분들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몇분이 신청하셨는지 심사 과정을 전혀 공개 안해서 알 수 없는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 보다는 훨씬 많은 수의 원로분들이 신청했고 상당수가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원로 연극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원로분들 데려다가 참가 신청을 해놓고 떨어트리면 모욕을 주는 것 아니냐"면서 "이 방식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관련 서 대표는 "선정이 안되신 분들에 대해 망신 주는 것이 아니고 그분들에게는 '다음 기회로 간다' 등 주관하는 스튜디오 반 이광선 대표가 배경을 얘기해서 이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실력이 안되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참석 못하신 분들은 내년, 후년에 있어서 기회가 생기실 것"이라면서 줄세우기나 실력의 우열로 한 것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달 5일 개막하는 '제4회 늘푸른연극제'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아트원씨어터 3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특히 개막작 '하프라이프'는 중앙과 지방을 하나의 축으로 잇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12월 24~25일 양일 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연지홀)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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