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얻는 시간. ‘우리 딱 동물들만큼한 합시다.’ 동물세계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최재천의 동물보감=""> 시간입니다. 가을 이사철 되면서 내 집 마련 위해서 부동산 중개소, 또 모델하우스 찾는 분들 많은데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게만 느껴지죠. 오늘 동물들은 어떻게 집을 마련하는지, 동물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내 집 마련의 꿈, 인간들만 힘든 건가요?’ 이런 제목으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집이 있는 동물과 아예 집이 없는 동물 이렇게 구분하나요?
◆ 최재천> 대부분은 집 안 만들죠. 집을 만드는 우리의 이른바 둥지를 만드는 동물이 몇 안 되는 거고요.
◇ 정관용> 그게 소수죠?
◆ 최재천> 집을 짓는다는 것은 굉장히 독특한 행동의 진화죠.
◇ 정관용> 포유류 쪽으로 오면 어때요? 소, 사자, 호랑이 이런.
◆ 최재천> 사실 집을 짓는 포유류 쪽으로는 오히려 집을 짓는 동물 그렇게 많지 않고 다만 저녁 잠자리를 마련하는 동물들이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침팬지 이런 것은 매일 잠자리를 매일 만들어요.
◇ 정관용> 어떻게요?
◆ 최재천> 그날 잘 곳을 나무 위에 아주 높은 곳은 아니고요. 적절히 한 2m 높이 정도의 밑에서 누가 점프해서 이렇게 잡지 못할 정도에다가 나뭇가지 꺾어서 상당히 그래도 널찍하게.
◇ 정관용> 침대를 만들어요?
◆ 최재천> 자요. 거기서 그 다음날 거기서 계속 자는 예는 거의 없어요.
◇ 정관용> 왜 계속 옮겨 다녀요?
◆ 최재천> 아마도 기생충 때문일 거라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룻밤 자면 이제 기생충들이 몸에 있는 애들도 있고 다른 데서 와서 하는 애들도 있고 걔네들이 거기에서 기다리거든요.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거기를 포기하고 새로 짓고. 까치 제가 연구하는 까치도 해마다 둥지를 새로 만듭니다.
◇ 정관용> 새로 만들어요?
◆ 최재천> 까치둥지는 무지무지 힘들거든요. 그 공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나뭇가지가 수천 개인데 그걸 해마다 다 다시 만들어요.
◇ 정관용> 까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새가 매년 둥지를 새로 만들지 않나요?
◆ 최재천> 그냥 쓰는 새들도 있어요.
◇ 정관용> 있어요?
◆ 최재천> 네. 그런데 저희들이 연구를 해 보니까 그냥 쓰는 새들이 기생충이 많아요. 그래서 까치나 이런 몇몇 새들은 그 어려움을 겪더라도 해마다 새로 만들어요.
◇ 정관용> 침팬지는 매일 옮기고.
◆ 최재천> 옮기고.
◇ 정관용> 무슨 굴 같은 데 들어가서 잠자고 하는 그런 동물들 많잖아요. 그런 동물들은 그런 굴을 계속 쓰나요?
◆ 최재천> 굴의 경우에는 계속 쓰는 경우가 많죠.
◇ 정관용> 그런 것 같아요.
◆ 최재천> 일단 한번 정하면 계속 쓰는 경우가 많죠.
◇ 정관용> 그러면 우선 혼자서 쓰는 단독주택형의 집이 있고. 개미나 벌처럼 공동주택 아파트 같은 형식이 있고. 그렇죠? 그 차이는 뭐라고 봐야 되나요?
까치둥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재천> 개미는 사실 아파트는 아니거든요. 아파트는 왜 따로따로 가족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형태잖아요. 그런데 개미는 그게 그냥 하나의 대가족이니까 사실은 아파트라기보다는 하여간 옛날 우리 부잣집 49칸 큰...
◇ 정관용> 초대형 단독주택.
◆ 최재천> 그렇죠. 그런데 실제로 아파트 같은 빌라 같은 그런 형태가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멋장이새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위버 버드라고 하는데. 그 나무 이파리, 줄기 이런 거 막 엮어서 둥지를 이렇게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아프리카에 사는 새인데 걔네들은 그 한 나무에 여럿이 같이 만들어요. 그래서 옆에 둥지에 또 하나가 붙고 붙고 해서 한 수십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 정관용> 진짜 아파트네요.
◆ 최재천> 그런가 하면 제비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사는 제비들은 처마 밑에 한 가족이 이렇게 치지만 무슨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제비들이 있거든요. 걔네들은 보면 여러 가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왜 꼭 그래야 될까. 그것도 연구대상이죠.
◇ 정관용> 연구대상이라는 얘기는 아직 모르신다는 얘기죠?
◆ 최재천> 제법 저희들이 많이 밝혀냈어요. 그거는 이제 아무래도 그 뱀이나 다른...
◇ 정관용> 왜적의 침입.
◆ 최재천> 눈이 많으면 빨리 발견하니까.
◇ 정관용> 미리 탐지할 수 있다.
◆ 최재천> 누군가가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혼자 있다가는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 옆집이 먼저 발견하고 소리 지르면 또 빨리 피하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제 또 이게 모여 산다는 것은 우리 인간도 그렇지만 모여 사는 것의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거든요.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옆집 기생충이 또 오고. 옆집이 아프면 우리도 같이 아파야 되고. 그리고 또 먹을 게 생기면 먹을 걸 옆집이 발견하면 얼씨구 하고 쫓아가서 같이 발견하는 좋은 점도 있지만.
◇ 정관용> 싸우죠.
◆ 최재천> 별로 없는데 여럿이 발견해서 나눠야 되고 다퉈야 되고. 하여간 이게 모여 산다는 것은 좋으면서도 참 힘든 거예요. 그래서...
◇ 정관용> 어쨌든 동물들에게 집이란 안전을 위한 공간. 1번이 그것입니까?
◆ 최재천> 그렇죠, 아무래도.
◇ 정관용> 그렇죠? 안전과 번식. 새끼를 낳아서 기르기 위한 공간. 새끼들은 많이 못 움직이니까 특히 새들 같은 경우. 날기 전까지 그 둥지에 계속 있어야 되니까. 그거겠네요. 안전과 번식.
◆ 최재천> 그런데 거기에 흥미로운 게 하나 더 들어가는데요. 제가 97년에 영국 캠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낸 책이 두 권 있는데요. 그중에 한 권 사회행동에 대한 진화에 관한 책에서는 저는 조금 이례적으로 둥지가 어떻게 사회행동의 진화에 기여했을까를 좀 거기서 약간 논했는데요. 예를 들면 개미나 벌이나 그 많은 곤충들 중에 상당히 사회성이 높은 곤충들은 전부 둥지를 만들거든요. 그리고 그게 왜 그럴까. 그래서 둥지를 만들어놓으면 그 둥지를 지켜야 되고. 일단 지키고 나면 굉장히 안전이나 뭐 여러 가지 이득이 있으니까 그걸 해내기 위해서 협동할 수밖에 없는.
◇ 정관용> 역할분담을 생기고.
◆ 최재천> 그렇죠. 그리고 대개는 이제 저희들이 개미나 이런 사회를 얘기할 때 진사회성이라는 말을 쓰거든요.
◇ 정관용> 진사회성?
◆ 최재천> 진사회성. 우리 인간은 사실 진사회성 동물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여 살다뿐이지 각자 번식을 하는데 각자 자식을 낳는데. 개미 같은 나라는 여왕개미 혼자 낳고 나머지는 전부 돕고 하는 그런 형태를 우리가 진사회성이라고 부르는데 그 진사회성이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공동주택이 굉장한 역할을 했을 거다.
◇ 정관용> 필수불가결하네요, 그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최재천> 그래서 하다 보면 또 중요한 게 3대 이상이 같이 살아야 이 진사회성이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그 둥지가 없이는 이렇게 3대가 같이 모여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사자들이 저 바깥에서 일하는데 3대가 같이 모여사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굴을 파고 살거나 벌집을 만들고 하거나 그러면 이제 3대가 같이 살 수 있는 이런 가능성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서 진사회성이 진화했을 거다. 나름 그런 주장을 오래전에 폈습니다.
◇ 정관용> 그 이야기는 그러면 집이라는 동물에게 안전, 번식 그리고 사회성 이 세 가지 정도의 기능이 있더라.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우리 인간들처럼 재산 축적, 재산 증식 이런 것하고는 무관합니까?
◆ 최재천> 글쎄요. 개미나라 정도에서는 그것도 일종의 재산이죠.
◇ 정관용> 집이?
◆ 최재천> 네.
◇ 정관용> 집의 규모?
◆ 최재천> 규모 이렇게 펼쳐서 새로 시작하는 나라는 그만한 것을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거고요.
◇ 정관용> 남의 집을 뺏기도 하죠?
◆ 최재천> 뺏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미나 이런 수준 되면 별로 없고요. 포유동물에서 종종 그런 일이 있죠. 남이 살고 있는 굴을 가서.
◇ 정관용> 뺏고.
◆ 최재천> 밀어내고 자기가 들어가고 이런 일들이 좀 있는데. 곤충이나 새들 경우에는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 정관용> 왜 바다생물들 가운데 자기 집 들고 다니는 애들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놈들은 와서 그 집 뺏잖아요, 또.
◆ 최재천> 뺏는다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집이 좁아져서 주인이 버리고 가요. 그러니까 이제 탈피를 하잖아요, 걔네들은. 탈피를 한 번 할 때마다 몸이 부쩍부쩍 크는데 크고 나면 자기 소라가 비좁아요. 그러면 할 수 없이 버리고 더 큰 것을 찾아서 들어가면 그 하나가 나타나면 이게 거의 연쇄반응이 일어납니다. 어떤 놈이 그 집을 싹 들어가고 그러면 그게 비니까 또 옆에 누군가는 그 집으로 들어가고 쫙. 제가 미시건대학에 있을 때 그 게를 연구하던 교수가 있었는데요. 실험실에서 기르면서 연구를 했어요. 처음에 제가 찾아가니까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하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이분이 큰 소라를 하나 거기에 집어넣어요. 그리고 한 10분 정도 기다리면 한 놈이 나와서 거기를 들어갔다 나왔다 해 봐요.
◇ 정관용> 사이즈를 보는군요.
◆ 최재천> 사이즈를 재보고 마음에 드는데 하고 그놈이 옮기면 또 다른 놈이 싹 그 집에 들어가서. 그게 한 몇 시간 걸리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 정관용> 연쇄반응이로군요, 연쇄반응.
◆ 최재천> 그런 일도 합니다.
◇ 정관용> 집을 어떤 재산 증식 이런 얘기로 질문을 드린 다음에 집을 뺏기도 하잖아요. 이런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집을 두 채, 세 채씩 갖고 있는 동물들은 없죠?
◆ 최재천> 없죠.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새들 중에 가끔 부인이 두세 명. 그러면 뭐 그걸 집이라고 자기 집이라고 봐야 되나 모르지만. 그런데 그 경우에...
◇ 정관용> 일부다처제 형태.
◆ 최재천> 그 경우에 그 수컷이 너무 힘들어 해요. 가족을 둘 이상, 셋 이상 먹여 살리느라고. 너무너무 힘들어해요. 그래서 실제로 그런 새들을 연구한 연구결과를 보면 별로 번식률이 그렇게 높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한 암컷에게 충실하게 해서 자식을 길러내는 잘 길러낸 수컷보다 별로 잘한 게 없어요. 바쁘기만 열심히 바빴죠. 그건 뭐 그렇게 이득이 없더라고요.
◇ 정관용> 얼마 전 자료 같은 걸 보면 우리 몇백 채 집을 가지고 임대사업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 막 나오잖아요. 그건 인간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최재천> 그렇죠. 그건 단연코 인간밖에 없다고 아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슨 짓입니까, 그게.
상공에서 바라본 수도권 아파트. (사진=이한형 기자)
◇ 정관용> 집 꾸미기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또 아파트도 평수, 단독주택도 몇 층짜리냐, 마당이 몇 평이냐 사이즈, 그다음에 거기에 뭘로 또 소재를 쓰고 자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나무는 뭘 심는지 하나하나 다 따지잖아요. 동물들도 그런 게 있나요?
◆ 최재천> 지난번에 제가 정자새 얘기를 했는데요. 정자새의 경우에는...
◇ 정관용>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 최재천>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집이라고 보기보다는 여자를 만나기 위한 그런 곳인데 정말 거기다가 매일 아침 새로 피어난 꽃을 꺾어다가 놓기도 하고. 같은 색의 그런 예쁜 것들을 모아서 쫙 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들은 미의 기원을 이제 거기서 찾기도 하고 이럴 정도로 굉장히 꾸미죠.
◇ 정관용> 어느 다큐멘터리 보니까 찌그러진 코카콜라 캔 이런 것도 예쁘다고 갖다놓더라고요, 색깔이 빨가니까.
◆ 최재천>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런 것을 막 어떻게 보면 과시하는 거잖아요.
◇ 정관용> 부의 상징이죠.
◆ 최재천> 집이 얼마나 크다. 그런데 사실은 동물들도 그런 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집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동물들의 경우에는 영역을 보여주는 거죠.
◇ 정관용> 자기 위세로군요.
◆ 최재천> 이게 새들에서 연구가 제법 재미있는 연구가 돼 있는데요. 얼마나 좋은 영역을 갖고 있느냐. 미국의 경우에는 붉은 죽지, 우리 말로...붉은죽지 하여간 그런 레드윙드 블랙버드라고 부르는 새인데요. 그 새를 연구해서 박사학위가 100명쯤 나왔습니다. 그렇게 굉장히 많이 연구한 새인데.
◇ 정관용> 특징이 많은가 봐요?
◆ 최재천> 연구할 게 아주 재미있는 많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이게 늪지대에 사는 새인데요. 수컷들끼리 서로 투닥거려가지고 자기 영역을 확보를 합니다. 그런데 물도 풍부하고 제일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은 수컷이 여러 암컷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이 암컷들은 거의 순전히 연구에 의하면 수컷은 거의 보지도 않고요. 자기 재산만 봐요. 이 집이 얼마나 땅이 좋은가. 저기서 내가 내 자식들을 기르면 얼마나 곤충들이 많아서 내가 잘 기를 수 있나. 그래서 하여간 그 영역의 질적 수준하고 그 영역 내에 있는 둥지 수하고 비례하는 걸로 딱 나오는 겁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왜 이제 그 수컷은 안 본다라는 건 저희가 나중에 어떻게 알게 됐냐면 그 굉장히 오랫동안 저희들은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러니까 그 당시만 해도 저희들은 그냥 새들 둥지에서 날아나오는 새가 그 아빠의 아들, 딸인 거라고 생각을 한 거죠. 그러니까 24시간 붙어서 그 암컷이 누구랑 짝짓기 하는지를 다 볼 수가 없었던 시절에는 몰랐어요. 그런데 드디어 DNA조사가 가능해진 다음부터는 이게 친자확인이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한 둥지에서 나오는 6마리의 자식을 DNA 조사를 해 봤더니 심지어는 6마리가 전부 아빠가 다른 이런 케이스가 막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제 아까 얘기드린 대로 블랙버드의 경우에는 둥지는 그 남자의 영역 안에다가 틀고 짝짓기는 다른 남성하고 했어요. 그러니까 새들의 세계도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그런.
◇ 정관용> 그 새의 경우가 좀 특징적인 거죠?
◆ 최재천> 그렇긴 한데 그 연구로부터 새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DNA를 조사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극히 평범한 둥지 하나 딱 하고 그 암수가 매일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새들도 조사해 보니까...
◇ 정관용> 다르더라.
◆ 최재천> 그 암컷이 엄마가 바람을 상당히 피운 게 여기저기 드러나더라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원앙만 일부일처제인가요?
◆ 최재천> 원앙은 진짜 일부일처제가 아닙니다. 원앙이 제일 이상한 새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원앙이 일부일처의 무슨 상징처럼.
◆ 최재천> 그러니까요. 우리 조상님들이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하셨는지. 저는 제 글에서 이런 얘기를 한번 썼는데요. 우리 옛날 할아버지들이 마을 어귀에 작은엄마를 두시고 사셨잖아요. 집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곳에. 다 알고 계셨던 것 아닐까, 원앙을 선물할 때. 나는 당신은 내 거고 다른 몇 명의 여자는 내가 보면 나는 그리하겠다. 굉장히 가부장의 상징으로 그걸 준 게 아닐까.
◇ 정관용> 일부일처 사랑의 상징이 아니라 가부장의 상징이었다. 그 말이군요. 동물로부터 배우는 내 집 마련. 그건 결국 욕심 버리자네요. 한 사람이 170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 최재천> 그러니까요. 동물들 세계에서 집은 필요 이상으로 갖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집을 또 건사해야 되는데 자기가 자기 능력 이상의 집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그 암컷을 어떻게 보면 유혹하는 그 단계에서 과시하는...
◇ 정관용> 일부 치장하는 경우는 있는 거고 나머지는 반드시 필요에 의해서 주거 목적으로. 딱 우리도 그렇게 갑시다.
◆ 최재천>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대한민국은 이게 너무 말도 안 되는 나라잖아요.
◇ 정관용> 그런 욕심 다들 버릴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네요. 최재천의 동물보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재천> 네.최재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