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대상 이상 법인의 노동소득분배율 추이 (KISDATA 외부감사대상 이상 법인의 가중평균 노동소득분배율과 고정효과를 통제한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그래프=KDI 제공)
국내 법인(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상승세를,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하락세를 보이며 양극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노동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한 지식자본 투자 비중에 따른 결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더 심화될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를 정부가 사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인 노동소득분배율, 2000년대 완만히 상승…사업장 규모 따라 양극화 커져KDI(한국개발연구원)가 13일 발표한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및 변화 요인 분석'에 따르면 법인 간 노동소득분배율의 격차가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은 법인이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노동자가 가져가는 피융자보수의 비중을 뜻한다.
KDI는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경제 정체의 노동소득분배율의 경우 한국 자영업자 비중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최상위권에 속하고 특성도 변하고 있어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자료가 공개된 외부감사대상 비금융법인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규모별 추이 변화 (그래프=KDI 제공)
분석 결과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에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등락을 반복하며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KDI는 개별 법인의 진입 및 퇴출에 의한 영향을 통제한 법인별 고정효과를 고려한 경우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정한 경제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하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던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의 분위별 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크게 확대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100인 이상 고용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상승한 반면, 100인 미만 기업에서는 크게 하락했다.
◇원인은 지식투자의 차이…혁신성장 따른 자본·노동 소득 격차 해소해야KDI는 이러한 노동소득분배율의 변동 추이와 기업 간 격차의 원인을 '지식자본' 투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은 전통적 유형자본인 기계류 등이 증가하면 상승하고, 유형자본에 비해 노동을 대체하기 쉬운 지식자본인 소프트웨어가 증가하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증분석 결과 유형자본(기계류)이 1%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0.13%p상승한 반면, 지식자본(소프트웨어)이 1% 증가하면 0.01%p 하락했다.
그런데 국내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에는 GDP 대비 지식자본 투자 비중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하락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지식자본 투자가 정체되면서 하방압력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노동소득 및 노동소득분배율, 소프트웨어 생산성 비교 (그래프=KDI 제공)
실제로 소프트웨어 등 기타지식재의 증가는 1990~2005년 노동소득분배율을 1.3%p 하락시켰지만, 2005~17년에는 0.1%p 하락시키는 데 그쳤다.
다만 KDI는 "지식자본의 증가는 노동소득의 상대적 비중은 줄일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소득의 절대적 크기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기(1990~2005)와 상승기(2005~2018) 중 하락기에 소프트웨어 생산성과 노동소득이 모두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AI, 빅데이터 활용, IoT 등 무형자본의 발달로 나타나는 최근의 기술개발은 향후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및 노동소득의 증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인의 시장점유율 변화 추이와 비교할 경우 미국 등 해외 사례와 달리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재벌 집단 때문에 '거대 기업'과 노동소득분배율 간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구글, 아마존 등 거대 기업(superstar firms)이 부가가치를 크게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할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만명 이상 종사하고 있는 최상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와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다.
이는 국내 대기업이 미국과 달리 주로 제조업 기반 기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난 비제조업 중심의 100인 미만 기업들이 노동소득분배율의 양극화를 부른 한 요인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KDI는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동과 자본의 기능적 분배 지표"라며 "등락이 아닌 변동 요인에 따라 후생효과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술발전 등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면 오히려 경제 전체의 후생이 증가하지만, 진입장벽 등 시장 왜곡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면 후생이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KDI는 "노동과 보완적인 유형자본과 달리 지식자본은 노동과 대체관계에 있다"며 "혁신성장의 주요 정책인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등도 지식자본 축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향후 성장과정에서 지식자본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지식자본 증가에 대응하여 노동비율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경우 생산성 증가의 잠재적 효과가 충분히 발현되기 어렵다"며 "예상되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의 격차는 소득세 등 다른 방안을 통해 사후적으로 해소할 필요 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