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제복 차림의 볼리비아 경찰들 (사진=연합뉴스)
대선 불복 시위가 격화한 볼리비아에서 대통령궁 경호부대를 비롯한 일부 대도시 경찰이 항명을 선언하고 반정부 시위에 가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 등 최소 4개 도시에서 8일(현지시간) 경찰들이 제복 차림으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라파스에서는 대통령궁을 지키던 경찰 수십명이 근무지를 이탈해 시위대의 환영을 받으며 시내 주요 도로를 행진했으며, 이후에도 대통령궁으로 복귀하지 않고 지역 경찰본부로 향했다.
사법수도 수크레, 반정부 시위 중심지 산타크루스 경찰도 "코차밤바 경찰이 시작한 항명에 가담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복을 입은 코차밤바 경찰들은 경찰서 옥상에서 볼리비아 국기를 흔들며 다른 지역의 경찰의 참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을 정부의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고 촉구하면서, 경찰 총사령관 사퇴와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이는 일부 치안 부대가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볼리비아 경찰 총사령관은 그러나 일선 경찰이 항명하지 않았으며, "(다른 곳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지 기반인 엘알토 지역에서 TV 연설을 통해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며 시위대를 비난하면서도 야권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는 협상할 것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비에르 사발레타 국방장관은 "현재로서는 (시위에 가담한) 경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없을 것"이라면서 "거리로 나선 수만 명의 볼리비아 시위대에도 군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AFP통신은 시위대가 이날 볼리비아 국영 방송사인 '볼리비아 TV'와 라디오 '파트리아 누에바' 사무실을 점령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이들 방송국에서는 음악만 송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