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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인재'였다…탈출구·통신망도 없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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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시·양천구청 공무원 2명 등 8명 기소의견 송치
"폭우 예상되는데도 공사 강행한 관리주체들 책임 가장 커"
시운전 이유로 비상 연락망 철거…"매뉴얼 또 안 지켰다"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7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 7월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 중 빗물이 쏟아져 근로자 3명이 숨진 사고가 공사 주체들의 종합적인 관리·감독 부재로 일어난 인재(人災)였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터널 안에는 비상시 탈출할 출구나 몸을 피할 공간이 없었고, 터널 안팎을 연결하는 비상 연락수단조차 없는 상태였다. 터널에 있던 근로자는 그야말로 무방비로 수만톤의 빗물에 휩쓸려 숨진 것이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7일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시와 양천구청 공무원 각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2명, 협력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오전 8시24분쯤 목동에 있는 '빗물저류 배수시설' 공사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폭우로 수문이 자동 개방됐다. 이로 인해 터널 안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당시 이들에게 쏟아진 빗물은 6만1000톤에 달한다. 경찰은 사고 당일 폭우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터널 안에서 공사를 강행하도록 방치한 관리 주체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시운전 중엔 내부에 사람이 없어야 하고, 만일 공사 때문에 사람이 들어가면 현장엔 감독관이 있는 게 맞다"며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등 예방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어 "시공사와 협력, 감리업체 등은 공사 현장의 안전관리 주체"라면서 "시운전과 내부 공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등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인데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양천구청에 대해서는 "빗물 저류시설 운영 주체로서 책임이 있다. 시운전하면서 강우 시 수문이 자동 개폐되도록 설정해 위험이 예상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공사 발주청으로서 현장 관리를 총괄함에도 현장 지도점검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서울시 공무원 1명과 감리업체 안전 관리자 1명, 시공사 1명, 협력업체 1명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의자들이 유족들과 원만하게 합의했었고, 충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양천구청, 시공사, 감리업체 관계자들로 이뤄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양천구청 공무원들이 당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은 펌프장 안에 비상 연락망을 설치하는 게 의무사항이지만,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시운전을 시작하면서 공사 관계자들이 '물이 찰 때 전기 시설이 있으면 안 된다'며 기존에 있던 무선 중계기(통신망)를 철거해버린 것이다.

터널 내부에는 작업자들이 피신할 공간이나 비상 출구도 없었다. 사고 당시 유일한 탈출구였던 방수문을 현장 시공사 직원들이 닫은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방수문을 닫은 것과 사망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근로자들이) 6만톤의 물살에 휩싸였기 때문에, 방수문이 열렸더라도 숨졌을 것이라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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