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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가요] '데뷔 30주년' 이은미 "팬이 건넨 편지 읽고 펑펑 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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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6일 서울 중구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실제로 기적을 경험한 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이 같이 답했다.

"놀라운 경험을 매일 매일 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떨리고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들어요. 30년 동안 묵묵히 곁을 지켜주시면서 위기 때마다 고비를 잘 넘기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지난주에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저의 팬이셨다는 분이 건넨 손 편지를 읽으며 펑펑 울었는데, 그런 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애쓰면서 만든 음악들을 많은 분이 공감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어요. 혹시 누가 알아주실까 했는데,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죠"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1989년 신촌블루스 3집에 객원 가수로 참여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이은미는 그간 여섯 장의 정규 앨범과 세 장의 리메이크 앨범,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 음원을 통해 음악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1천 회에 가까운 공연을 개최하는 등 크고 작은 무대에 꾸준히 오르기도 했다.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 30년이 됐어요. 그다지 수월하진 않았고, 한편으론 기적 같은 순간도 있었죠. 재능이 워낙 부족한 사람이라 재능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어려웠고, 그럴 땐 피하고 싶고 도망하고 싶기도 했어요.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매번 직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거든요. (미소). 가장 기억의 남는 곡은 아무래도 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 제게 찾아온 '애인...있어요'죠. 그 노래 덕에 다시 무대에 서게 됐으니, 히트 여부를 떠나 제게 중요한 음악임은 확실해요. 그런데 사실 상대적으로 눈길을 못 받아서 아쉬운 곡이 너무나도 많아요. '너에게 가고 싶어', '꿈', '괜찮아요' 등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지금이라도 그런 곡들이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은미는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새 앨범을 작업 중이다. 지난 30년간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보이는 앨범의 타이틀은 '흠뻑'. 여기에는 6~8곡 정도가 실릴 예정인고, 수록곡 중 '사랑이었구나'와 '어제 낮'은 선공개 지난 9월 25일 선공개 됐다.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음악에 흠뻑 빠진 삶을 살고 있는데 제가 음악을 바라보고 음악이 절 바라봤을 때 서로 존중하며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오히려 활동 초반 때보다 요즘의 제 음악이 더 솔직하고 진실 되어졌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새 앨범에 그런 표현들을 담아내고 싶어요"

30주년 기념 전국 투어도 진행한다. 오는 19일 광주에서 시작되는 이번 투어는 내년 2월까지 부산, 인천, 전주, 서울, 대구, 평택, 울산, 수원, 진주, 의정부 등 35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20주년 기념 투어 때 진정한 '딴따라'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매주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 게 어우러진 결과였죠. 지금의 느낌도 그때와 많이 다르지 않아요. 삶도 그렇지만, 음악가로서의 앞날도 노후를 맞이하며 잘 마무리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매번 이 무대가 마지막이어도 후회 없을 만한 무대를 만들자고 다짐하고 올라가고 있어요"

앨범 작업과 공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은미는 앞으로도 음악, 그리고 무대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계획이다.

"패티김 선생님은 무대에서 신는 신발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는다고 해요. 얼굴에 주름 생길까봐 목소리가 나빠질까봐 바른 자세로 주무신다고 하고요. 평생을 와인 한잔도 식사에 곁들이지 않을 만큼 목소리를 위한 삶을 사셨던데, '전 그렇게 살 자신이 없습니다' 라고 했어요. 전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음악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싶진 않아요.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목소리에 녹아들고, 음악에 자연스럽게 스미고, 또 그것이 얼굴에 주름이 되고 목소리에도 윤기를 주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폴리 싱어'(political+singer, 정치적 의견 개진에 적극적인 가수)의 길도 계속해서 걸어갈 생각.

"두렵지만 하는 거예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임이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가 할 수 있는걸 하는 것이죠. 칭찬하시는 분도 있고, 욕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대중에게 노출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에요. 제 권리, 제 의무를 다하려고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할 거예요"

한편, 이은미는 팬이 건넨 손 편지를 읽고 깨달은 바가 많은 듯 했다. 기자간담회 말미 손 편지 이야기를 다시 꺼낸 그는 "앞으로는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사실 전 진짜 팬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제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공연을 하게 되면 짧아도 4시간 이상 리허설을 하고, 전날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부터 공연모드가 되어서 무척 날카롭고 못된 사람이 되죠. 제일 잘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요. 그래서 주위 스태프나 가까이 오는 팬들에게 못되게 굴었어요. 사진을 요청해도 죄송하다며 휙 지나가곤 했고요. 그렇게 30년을 보냈는데 지난주에 팬의 손 편지를 잃고 후회했어요. 이 자리를 통해 팬들에게 친절하고 살가운 사람이 못되어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또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는,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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