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文 정부, 부동산 '심리전'에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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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이라도 해야, 그래도 안 잡히면 어떡하지

(사진=자료사진)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초고강도 대책이 또 나왔다.

지난해 9.13대책이 서울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킬 것이라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특단의 칼을 빼들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선을 정한 뒤 그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분양가상한제, 약어로 ‘분상’을 4년 7개월 만에 다시 실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4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중단됐다.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의 재건축과 재개발 단지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업체 이윤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산정하며 일반 분양 시 이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 선정했다.

강남4구와 마포, 용산, 성동 등 서울 27개동을 핀셋으로 찍었다.

민간택지 분상 지역은 강남4구 45개 동 중 22개동, 마포구 아현동, 한남동, 여의도동 등 총 27개 동이다.

경기 고양시와 남양주시 상당 지역과 부산시 동래구·수영구·해운대구 전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 재개발 구역인 용산구 한남3구역(사진=연합뉴스)

 

강남 4구와 마.용.성으로 일컫는 지역은 집값 상승폭이 크면서 당장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 공공 택지가 아닌 민간 택지 개발에 분양가상한제, 분상을 적용해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청와대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내의 다른 의견에도 불구하고 민간 택지의 분상을 밀어붙인 것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한남동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분상이라도 실시해 서울 부동산 폭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분상 조치는 당장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의 반대에도 분상을 우회하기 위해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ㆍ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아파트 명 원베일리)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고자 하는 단지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파트 조합원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일반인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려는 의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민간 사업자들에게 맡겨두면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8천만 원을 호가할 것이다. 현 시가가 평당 1억 원을 넘은 지역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한주택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제한하도록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춰왔다.

아파트 재건축과 건설로 폭리를 취하려는 주택조합들과 건설회사들의 폭리를 정부가 묵인하지 않는 것은 큰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오죽했으면 분양가상한제, 분상 카드를 꺼냈겠느냐 싶다.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아파트 급등 대책이 규제와 압박 방식뿐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김현미 장관이 이날 주정심 회의 모두발언에서 밝혔듯이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요가 서울 주택시장으로 유입돼 기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저치(1.25%)로 떨어진 금리와 1,100조 원에 이르는 과잉 유동성은 제쳐두고 수요 억제와 단기 성과에 급급하고 있어 노파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한 달 만에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16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집값은 지난 한 해만 13.56% 뛰었고 올해도 서울은 10% 안팎 오를 것 같다.

매번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최근 청약시장에서는 부자들이 돈 놓고 돈 먹기 하듯 현금 잔치까지 벌어지고, ‘줍줍’(현금 부자들이 고가 아파트를 이삭줍는다는 뜻)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부동산은 심리’라고 말한다.

정부가 투기꾼들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과의 심리전에서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 집값은,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와 용산 등의 아파트는 꺼질 수 없는 현금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강남 불패’라는 심리는 언제라도 고개를 쳐들 것이다.

서울시가 삼성역과 봉은사역 사이의 무역대로 지하와 잠실종합운동장 등을 대규모로 개발하는 사업 역시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입 정시 모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 또한 강남 아파트를 위한 정책이라는 일면이 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특히 서울 집값은 국토부와 서울시만의 분야가 아닌 교육부와 행안부 등 전 부처의 소관 업무가 돼버렸으며 부와 탐욕의 상징이 됐다.

재벌과 수천억 원대 부자들에서부터 수백 억, 수십억 원대의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를 해 그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좀 있는 5060대들은 부동산을 사서 노후대책으로 삼으려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부동산 강사 등 부동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며, 심지어 일부 신문들은 부동산을 주제로 한 대형 세미나를 개최하는가 하면 경제 방송들은 부동산 코너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일부 대학가에 부동산 동아리까지 생겼을까.

부동산 열병에 빠진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우리의 민낯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부동산 광풍이라는 악조건과 싸우고 있다.

규제 만능이라는 기존의 신념에서 벗어나 역설적으로 확 풀어버리는 것이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죄성(罪性)’을 가진 인간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피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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