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20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현수의 경기 모습.(사진=노컷뉴스DB)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에 '제 2의 김현수'가 나올 수 있을까. 젊은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이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다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김 감독은 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20대 젊은 피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세대 교체 차원이 아니라 결과를 내기 위한 최상의 카드라는 것이다.
이날 김 감독은 "현재 대표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세대 교체를 한 것이 아니다"면서 "실력이 있으니까 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표팀은 이정후(21), 이승호(20·이상 키움), 강백호(20·kt), 고우석(21·LG) 등이 20대 초반 선수들이 적잖게 포함됐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국 야구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팀의 주축으로 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올해 KBO 리그 안타 2위(193개), 타율 4위(3할3푼6리)로 리그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고, 강백호도 타율 5위(3할3푼6리)에 올랐다. 고우석은 세이브 2위(35개)로 톱클래스 마무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 감독도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를 중용해 좋은 결과를 얻은 바 있다.
특히 김현수(31·LG)가 대표적이다. 2006년 두산 육성 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20살이던 2008년이 주전으로 뛴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 감독은 과감히 김현수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김현수는 일본과 본선 승부처 대타로 투입돼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2 대 2로 맞선 9회초 2사 1, 2루에서 당시 일본 최고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변화구를 기가 막히게 때려냈다. 김현수의 적시타로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김현수는 타율 3할7푼(27타수 10안타) 4타점 3득점 2도루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에 기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현수는 KBO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 김현수(오른쪽)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훈련 도중 이정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은 "만약 김현수가 대타로 나와 삼진을 당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좌타자가 좌완을 상대하는 부담을 극복하고 적시타를 때려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이겨냈기 때문에 김현수 본인도 정상급 타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들어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면서 "경기는 물론 훈련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미 선수들도 몸과 마음으로 교훈을 얻고 있다. 고우석은 "평소 소속팀에서도 형들에게 배우지만 쉽게 볼 수 없는 다른 팀 선배들, 특히 최고의 선수들과 지내면서 얻는 게 많다"면서 "박종훈(SK) 형처럼 밝은 선배들도 많은데 정말 대표팀 생활이 즐겁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창모(NC)의 부상으로 대신 발탁된 이승호도 마찬가지다. 이승호는 "양현종(KIA) 형과 얘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있었다"면서 "볼 배합에 대해 정말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더라"고 귀띔했다.
세월이 흘러 베이징올림픽 당시 20살이던 김현수는 이제 대표팀 주장이 됐다. 과연 11년이 지나 다시 결성된 김경문 호에서 누가 제 2의 김현수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