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단독]'불법 대리수술 40차례' 병원 여전히 성업중…손 놓은 보건당국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2019-11-04 05:0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대리수술 드러난 것만 최소 40여차례... 암암리엔 더 일어났을 가능성도
경찰이 송치 후 보건소에 통보했지만... 4개월 동안 행정처분 없어
시민들 병원 계속 이용하는데... 보건소 "재판 결과 기다리겠다" 입장만 반복
환자단체 "형사처벌과 별도로 행정처분 필요... 환자 알 권리 침해" 주장

 

40대 남성이 무릎 수술 후 돌연 숨져 '의료사 의혹'이 불거지고, '무면허 대리수술'로 병원장이 구속된 사실까지 드러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년 동안 최소 40차례의 영업사원 대리수술이 행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보건당국은 파악조차 못했을뿐더러 지금까지 영업정지 등 어떠한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다. 당국의 제재가 없는 상황 속에 '불법 의료행위의 온상'이 된 병원은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4년 동안 최소 40번 '무면허 대리수술'…암암리엔 훨씬 많을 가능성 높아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관악구 A 정형외과에서 영업사원들이 약 40차례 무면허 대리수술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2018년 해당 병원에 제품을 납품하는 의료기기 업체 및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의사 대신 불법으로 대신 수술을 하는 이른바 '영업사원 대리수술' 정황을 발견해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당 병원이 단순 몇 차례가 아닌 수년 동안 일상적으로 불법 영업사원 대리수술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조차 경찰이 수사 증거에 따라 명백히 입증한 건수만 반영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 병원에서 암암리에 더 많은 불법 대리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7월 중순 대리수술을 지시 및 방조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로 병원장 B씨를 구속한 뒤 불법수술을 한 영업사원들과 함께 검찰에 송치하고 적발사항을 관할 보건소에 통보했다. 이들은 현재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시기 해당 병원에서는 건강했던 40대 남성이 간단한 무릎 수술 후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19. 10. 18 CBS노컷뉴스 [단독] 넘어져 병원 갔다가 무릎수술 받고 돌연 사망, 담당의 퇴사에 병원은 '모르쇠')

담당의였던 A 정형외과 부원장 C씨는 사고 직후 퇴사해 연락이 두절됐고, 병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료사' 논란이 불거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단 한 차례도 몰랐던 보건 당국…통보 후에도 조치 없이 '방관'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작 보건당국은 '불법 의료행위의 온상'이 된 이 병원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경찰의 통보 전까지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관할 구역 병원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관악구 보건소는 수년 동안 내부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관악구 보건소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 전까지) 대리수술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한 게 없다"며 "보건소 행정 차원에서는 대리수술을 몇 건 하고 있는지 발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심지어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행정통보를 했지만 보건소 측은 "재판 결과 후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A 병원에 대해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보건소는 의료 문제가 불거진 관할 병원에서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정지'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전 통지서를 보내 병원 측 해명을 받고 이에 따라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거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악구 보건소는 구속된 병원장에 대한 법적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단 이유로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관악구 보건소 관계자는 "(업무정지 사전통지를) 할 수 있지만 해당 병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우리는 최종 (법적)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후 결과가 나오면 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 또한, "복지부는 병원 운영이 아닌 의사 면허에 대해서만 관여할 수 있다"며 "해당 병원에 대한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아 의료인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도 개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장 구속된 지 4개월 가까이 됐지만...병원은 여전히 성업중

결국 이 같은 보건당국의 방치 속에 A 병원은 현재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지난달 31일 A 정형외과를 방문한 결과 1시간 동안 10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방문했고, 입원한 환자들은 환자복을 입고 인근을 서성였다.

정형외과는 원장과 부원장이 아닌 새로운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었다. 병원 내부에는 해당 병원이 무면허 대리수술로 적발됐다는 사실이나, 원장이 구속되고 부원장은 퇴사했다는 등 어떠한 내용도 고지된 바가 없었다.

사실상 환자들은 병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분명하다면 형사처벌과 별도로 복지부도 (해당 병원을) 조사해서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어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 하더라도 환자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 수사에 재판이 끝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그 사이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보건당국의 제재를 촉구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