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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보다 잘했던 탕아 "놀 만큼 놀았으니 올라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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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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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주니어 왕중왕전 우승자' 홍성찬, 2년 만에 한국선수권 정상

홍성찬이 3일 제74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손지훈을 상대로 포핸드 슬라이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대한테니스협회)

 

남자 테니스 홍성찬(22·명지대)이 2년 만에 한국 남자 단식 정상을 되찾았다.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을 받다가 찾아온 방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우승이라 더 값졌다.

홍성찬은 3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adidas 제74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단식 결승에서 손지훈(25·상무)를 2 대 0(6-1 6-0)으로 완파했다. 우승컵과 함께 훈련 연구비 500만 원을 거머쥐었다.

2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홍성찬은 2017년 72회 대회 때 임용규(당진시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는 해외 투어 참가로 출전하지 않았다.

거침없는 질주였다. 홍성찬은 8강전에서 지난해 우승자인 정현(제네시스 후원)의 친형 정홍(현대해상)을 누른 데 이어 4강전에서는 2016년 우승자 임용규 등 강자들을 잇따라 제압했다.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손지훈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지만 홍성찬이 압도했다. 홍성찬은 특유의 빠른 발로 넓은 코트 커버력을 과시했고, 이에 손지훈이 범실을 쏟아내며 승부가 기울었다.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홍성찬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대한테니스협회 규정에 따라 내년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된다. 이와 함께 내년 서울∙부산∙광주오픈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 본선 와일드카드도 얻게 됐다.

한국선수권대회는 실업은 물론 고교 선수들까지 총출동하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 권위 대회다. 남자 단식은 192명이 출전했다. 다만 정현과 권순우(CJ 후원), 송민규(KDB산업은행), 남지성(세종시청)은 해외 대회 참가 등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홍성찬이 3일 제 74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내년 본격적인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우승 뒤 홍성찬은 "2017년 때는 운 좋게 우승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컨디션도 좋았고, 준비한 만큼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2년 전보다 서브나 공격적 부분에서 보완이 됐다"면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포인트가 더 좋아졌다"고 비결을 전했다.

사실 홍성찬은 주니어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초등학교 시절 106연승을 달린 홍성찬은 2015넌 호주오픈 주니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인 정현, 권순우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세계 주니어 상위 8위 이내만 출전하는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선두 주자로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2017년까지 2년 동안 홍성찬은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수비형에서 공격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온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 테니스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스타일인 홍성찬이 스파르타식 지도법에 부담을 느껴 거의 테니스를 놓다시피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는 사이 정현과 권순우 등 또래들이 치고 나갔다. 홍성찬은 "편하게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순우나 현이 형을 못 따라가서 술도 마시고 방황을 많이 했다"고 지난 2년 세월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홍성찬이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2017년에 이어 올해 한국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대학에서 자율적인 훈련을 인정해주고, 내년 입단 예정인 세종시청에서 선배들과 땀을 흘리면서 예전 기량을 되찾고 있다. 홍성찬은 "많이 놀아봤다"면서 "이제는 대학도 졸업하는 만큼 테니스에 인생을 걸 만큼 몰두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내년에는 해외 투어 출전으로 482위까지 떨어진 세계 랭킹도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홍성찬은 "챌린저 대회 등에서 랭킹을 많이 끌어올리겠다"면서 "한국에서 인정받고 현이 형이나 순우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돌아온 탕아의 분발이 기대되는 202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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