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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학자 302명 공동성명, "명성교회는 불법세습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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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302명, 교단과 교파 초월해 공동성명 발표
"신학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
"한국교회, 직접·변칙 세습 중단하고 공교회성 회복해야"


한국 신학자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명성교회의 불법 세습을 규탄하고 나섰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신학자들은 2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의 불법세습 즉각 철회와 예장통합 총회의 공개사과 등을 주장했다.

이번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자 성명서'엔 한국기독교윤리학회와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문화신학회 등 51개 소속기관의 한국 신학자 302명이 참여했다.
2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반대 신학자 성명서 기자회견. (사진=오요셉 기자)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정"이라며 "우리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공의에 어긋나는 이 부정의에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학자들은 "교단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예장통합 총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느낀다"며 "명성교회가 즉각 세습을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꾸짖어야 할 교회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도리어 지키겠다는 욕심으로 교회를 세습하는 일은 신학적으로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명성교회라는 대교회 앞에서 교단 헌법까지 뒤집어 불법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제시한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은 한국기독교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결정들 중 하나가 될 것" 이라며 총회를 향해서 쓴 소리를 냈다.

신학자들은 이와 더불어 "한국교회가 거룩한 공교회성을 회복하기를 촉구한다"며 "공교회성을 훼손하는 명성교회 사태를 계기 삼아 개신교회에 속한 모든 교회가 목회의 직접 세습 및 변칙 세습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번 신학자들의 공동성명 발표는 지금까지 다수의 신학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적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박일준 교수는 "보수와 진보 등 다양한 성향의 신학자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백여 명의 신학자들이 이번 성명에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은 명성교회 사태가 그만큼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사실 세습 문제는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30여년 간 지속돼 온 한국교회의 뿌리깊은 문제였지만 그동안 신학자들은 침묵해왔다"며 "이번 공동성명은 신학자들이 그동안의 침묵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숭실대학교 이용주 교수는 "이 성명서는 한 교회를 정죄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한국교회를 함께 염려하고 미래를 향한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며 "그리스도의 몸 된 공공의 교회를 올바른 교회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앞으로 다시는 잘못된 교회를 만들어내지 말자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한국 신학자'들은 앞으로 세습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진행해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신학자와 목회자, 교인들의 동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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