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10년 두산맨에서 전격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31). 두산에서 그가 얻은 별명은 ''홍포''였다. 앞의 ''홍''자는 홍성흔이라는 이름에서 따왔고 ''포''는 그의 포지션을 의미하는 포수(捕手)와 대포, 즉 방망이를 의미하는 포(砲)에서 따온 중의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올시즌 중 ''홍포''는 한 가지 의미로만 쓰이게 됐다. 올시즌 전 트레이드 요구 파문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포수 은퇴식을 치르면서 ''홍포''가 공격에서만 유효하게 된 것. 팀 사정상 잠시 포수 미트를 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홍성흔의 역할은 지명타자였다.
홍성흔은 그러나 롯데로 이적하면서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생겼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지난 27일 홍성흔과 FA계약 후 "일단 지명타자로 쓸 요량이지만 상황에 따라 포수로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성흔 역시 "나를 인정해준 롯데에 감사한 마음이다. 백업포수 등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성흔이 포수 마스크를 벗기로 한 가장 큰 원인은 송구능력 저하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포수를 맡은 홍성흔은 두산과 함께 대표팀에서도 10여년 안방마님으로 활약해왔다.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등 굵직한 국제대회 등이다.
그러다 보니 과부하가 왔다. 항상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포지션 특성 상 오른발목에 통증이 왔다. 뒤이어 오른팔꿈치 연쇄통증이 왔다. 하반신의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해 팔로만 송구한 탓이었다. 결국 06시즌 뒤 양 쪽 수술을 받았다. 재활 과정에서 후배 채상병이 주전포수를 꿰차면서 홍성흔은 지명타자로 밀렸다.
▲롯데 배터리 코치 "팔 각도 다듬으면 송구 좋아질 수도"…멀티플레이어 기대 하지만 롯데는 일단 ''포수 홍성흔''에 대한 기대감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문연 롯데 배터리 코치는 일단 "저쪽(두산)에서 포수로 힘들다고 판단한 만큼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또 제리 로이스터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전제했다.
한코치는 그러나 이어 "하지만 안에서 보는 것과 바깥에서 보는 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팔의 각도를 가다듬으면 송구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구능력만 빼면 투수 리드 등 나머지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롯데가 안방이 불안한 것은 아니다. ''능구렁이'' 강민호(23)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팀을 잘 이끌어왔다. 그러나 역시 경험이 부족한 게 흠이다.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홍성흔이 가세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또 체력 부담이 많은 특성 상 주전포수로 활약할 강민호도 쉴 수 있는 시간을 번다. 또다른 베테랑 최기문(35)이 있지만 타선의 중량감에서 홍성흔이 앞선다. 또 강민호에게 여러 가지 실전경험을 전수할 수도 있다.
홍성흔이 끝내 포수로 부활하지 못해도 쓰임새가 적잖다. 두산에서도 경기 중 잠깐잠깐씩 채상병 대신 마스크를 쓴 바 있다. 대타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성흔은 당초 두산에서 내년 외야수로 뛸 요량으로 훈련을 해오기도 했다.
두산에서 롯데로 옮겨운 ''홍포'' 홍성흔. 내년 시즌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그의 별명이 쓰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