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이끌고 벤치에 앉는 유상철 감독은 올 시즌도 1부리그 잔류에 도전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분명한 메시지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몸이 아파도 경기장을 떠날 수 없다. 유상철 감독에게 축구는 말 그대로 ‘힐링’이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도 어김없이 1부리그 잔류를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같은 경험을 수 차례 하고도 결국 2부리그 강등을 피했던 인천은 ‘잔류왕’, ‘생존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 그 힘겨운 도전은 유상철 감독에게 넘겨졌다. 지난 5월 욘 안데르센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뒤 인천의 제9대 감독으로 선임된 유상철 감독의 계약 기간은 1년 6개월. 사실상 올 시즌 인천을 강등권에서 구하지 못한다면 남은 1년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계약이었지만 유상철 감독은 앞서 대전, 전남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할 기회로 삼았다.
유상철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한동안 인천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지나며 인천의 경기력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K리그1 최하위에 머물던 인천의 순위표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8월 말, 9월 초가 되면서부터다.
그렇게 인천은 유상철 감독과 함께 ‘잔류왕’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위치를 향해 서서히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인천의 거침없는 행보에 먹구름이 끼었다. 바로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이다.
인천 구단은 파이널B 첫 경기였던 성남과 하나원큐 K리그1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짜릿한 1대0 승리를 거둔 뒤 20일 유상철 감독의 건강 악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유상철 감독으로 똘똘 뭉친 인천 선수들은 올 시즌도 시즌 막판 무서운 집중력으로 반등하며 1부리그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유 감독은 성남전이 끝난 뒤 입원해 정밀 검진을 받았고, 27일 수원전을 앞두고 퇴원해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는 극적인 1대1 무승부를 이끌며 인천의 최근 6경기 무패(2승4무)의 상승세를 잇는 데 성공했다.
병원 치료 이후 유상철 감독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밀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기다리면서도 초조해하는 기색은 없다. 자신을 기다리는 인천 선수단과 서포터 ‘파랑검정’이 있기 때문이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을 하며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했다.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유상철 감독이 축구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본인이 병원보다 선수들과 훈련장에 있을 때, 또 경기장에서 많은 팬의 함성과 응원을 들을 때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보다 더욱 힘이 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건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하겠다는 새로운 약속이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1부리그 잔류 결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명확한 올 시즌의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