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기모노 입은 여성에게 쓰레기 버리세요" 황당한 日 방송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진=트위터 캡처)

 

일본에서 도쿄올림픽 쓰레기 대책으로 게이샤 분장을 한 여성들에게 쓰레기통을 메고 다니게 하자는 제안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니혼티비(NTV)의 아침 종합 와이드 쇼 '슷키리(スッキリ)'는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쓰레기 대책으로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성 자원봉사자들에게 게이샤 분장을 시킨 뒤 쓰레기를 버릴 행인들을 찾아 다니게 만들자는 것. 이 프로그램은 "기모노를 잘 차려 입은 여성들을 '살아있는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돌아다니게 하면 올림픽을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거워할 것"이라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방송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도쿄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일부 철거했다. 그런데 최근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니혼티비가 이른바 '게이샤 쓰레기통'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니혼티비가 소개한 쓰레기 대책은 방송 이후 '여성의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SNS에 이를 공유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cr****)은 "로봇 쓰레기통도 아니고 인간 쓰레기통이라니. 과거 노예의 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송사는 여성을 노예로 생각하는 것이냐"라고 밝혔고,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ma****)도 "이상한 아이디어가 방송사의 윤리적 심사 과정 없이, 심지어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져 전파를 탔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게이샤로 분장시키겠다는 발상은 일본 사회 내 여성 인권 의식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

게이샤는 일본에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다. 1688년경 처음 생겨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 곳곳으로 퍼졌다. 근래에는 매춘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이 게이샤란 이름으로 술자리에 나간다. 과거 남성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동원됐던 게이샤를 오늘날 소환한 것은 국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여성을 수단화하고 상품화해도 된다는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여성에게 다름 아닌 쓰레기통 역할을 맡기려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기획이 나온 데에는 '여성은 뒤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적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한국 네티즌들도 분노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to****)은 "폭염 탓에 마라톤 대회도 삿포로에서 한다는데, 가발 쓰고 기모노 겹겹으로 입고 얼굴에 하얗게 화장까지 한 젊은 여성들이 고분고분하게 쓰레기를 받으러 다닌다니. 일본이 여성 성 착취 콘텐츠에 무감각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노골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ju****)은 "이 이벤트 기획자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만 쓰레기통을 메고 다니는 광경을 보고 즐거워할지, 경악스러워할지 정말 모르는 거냐"며 "일본 미디어를 볼 때마다 지적할 투성이"라고 덧붙였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