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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원이면 OK…광고판으로 변한 '포털 실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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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보기 짜증난다" 여론 왜곡 지적 잇따라
이벤트머니 원하는 이용자들 자발적 검색…법적문제 피해

포털 실검 마케팅은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김성기 PD)

 

#1. 24일 오전 8시 23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실시간 검색어 순위, 이하 실검)에 '우리집 샤워기는 퓨OO'가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궁금한 마음에 해당 검색어를 클릭하기 시작했고 20위로 검색어 판에 처음 올라왔던 검색어는 17분 만인 8시 40분, 실검 1위가 됐다.

'우리집 샤워기는 퓨OO'는 검색 결과, 생활용품 업체 '바OO'의 광고였다. 뜬금없는 샤워기 광고에 누리꾼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뒤이어 '무OO 엘OO'도 실검에 올라왔다. '무OO 엘OO'는 같은날 오전 9시 21분 1위를 달성하며 검색어 '우리집 샤워기는 퓨OO'와 오전 동안 실검순위 1·2위를 다퉜다. 10시부턴 '티O 크리스피 크림'이 실검판에 올라왔다.

24일은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는 정경심 교수 구속 결과가 나왔던 날이다. '정경심 교수 구속'이라는 큰 이슈를 덮고 이런 광고들이 어떻게 네이버 실검을 점령했을까.

해당 실검들의 정체는 '광고용 퀴즈'였다. 네이버 실검의 파급력을 알고 있는 기업들이 이벤트 머니(현금·포인트) 등을 걸고 '광고용 퀴즈'를 만들어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검색을 유도한 것이다.

광고용 퀴즈는 '광고를 원하는 기업'이 '홍보용 퀴즈를 진행해 줄 업체'에게 홍보를 의뢰해 진행한다. '광고를 원하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4000만원 정도의 홍보비를 사용하며, 진행업체들은 기업에게 받은 홍보비를 퀴즈 정답자에게 줄 상금으로 쓰고, 광고용 퀴즈 집행비를 받는다.

퀴즈 진행 업체는 홍보용 퀴즈의 정답을 포털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들의 포털검색을 유도한다. 이에 이용자들은 포털에서 홍보용 퀴즈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기 시작하고 일부 언론사가 광고용 기사까지 작성하면서 입력한 검색어가 포털 실검판을 장악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원리다.

해당 퀴즈 진행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검색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일부 의견도 나온다.

광고용 퀴즈정답에 장악된 실검창과 누리꾼들의 악플 (사진=네이버 캡처)

 


◇ '광고용 퀴즈' 왜 하나?

#2. '토스' 앱의 간편송금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는 A씨는 최근 '토스 행운퀴즈'를 풀고 상금을 받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에도 24만여 명이 참여한 외제차 관련 퀴즈를 풀어 상금을 획득했다. 정답을 몰랐던 A씨는 'OOOOO를 검색 후 자세히 보기를 클릭해보세요'라는 힌트를 보고 정답을 찾아냈다.

광고용 퀴즈는 현금 송금서비스나 포인트 적립 사용 등이 주력사업인 업체들에서 진행된다. 광고용 퀴즈로 인지도가 높은 업체는 회원 1300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토스(스마트폰 간편송금 서비스)와 캐시슬라이드(모바일 광고)·OK캐쉬백(SK플래닛 마일리지(포인트)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토스는 '행운퀴즈', 캐시슬라이드는 '초성퀴즈', OK캐쉬백은 'O퀴즈'를 진행 중이다.

현금은 물론 포인트가 걸려있는 '광고퀴즈 정답 맞추기'까지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포인트가 편의점 등 여러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사용이 가능해 '현금'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퀴즈 정답은 포털검색만 하면 관련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공짜 돈 벌기'에 드는 시간은 사실상 1분 정도다.

광고가 필요한 업체들에게도 '광고용 퀴즈' 진행은 투자 대비 홍보효과가 큰 아이템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공개한 광고료 자료를 살펴보면, 포털 초기화면에 상품을 노출하는 비용은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5900만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6200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광고용 퀴즈 마케팅 비용은 평균 4000만 원 대로 이벤트를 진행하면 실검판에 평균 두 시간정도는 노출이 되니 훨씬 이득인 셈이다. 보도자료 배포 없이 추가로 딸려오는 일부 언론사들의 관련 광고성 클릭유도 기사들은 덤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실검 광고가 대성황을 이루면서 광고계약을 대신 해주겠다는 광고계약대행업체까지 생길 정도다.

검색 유도 후 실검판(1위~10위)에 광고용 검색어가 올라오면 해당 퀴즈에 관심이 없는 누리꾼들까지 클릭을 하기 시작하고 홍보효과는 배가 된다. 아울러 실검을 주목하고 있던 일부 언론사들은 '광고용 퀴즈 정답'을 기사화해 검색한 누리꾼들을 유입시켜 자사 클릭수를 높인다. 이런 악순환으로 '광고용 퀴즈' 검색어는 하루 종일 실검판을 점령한다.

2019년 9월1일∼19일 매일 15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 키워드 분석 결과 (사진=김성태 의원실 제공)

 

◇ '여론 왜곡' 논란…"네이버 실검 광고판인가"

이런 일부 앱 이용자들끼리의 이벤트가 포털 실검을 장악하면서 일반 대중여론까지 왜곡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실검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였다. 같은 기간 전체 380개 키워드 중 96개가 기업광고로 집계됐다"면서 "국민은 실시간 검색어를 사회적 관심사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실검판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광고용 퀴즈'를 진행하는 업체 담당자는 여론 왜곡이나 실검 조작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광고용 퀴즈 진행은 공식적인 제휴로 진행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 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왜곡이 우려된다는 점에 대해선 "퀴즈 진행 열기가 뜨거워서 실검판에 자주 올라가는 것 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일반 포털 사이트 이용자 입장에선 매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광고용 퀴즈 실검장악과 관련해 "요즘 네이버 실검…광고판인가봐요"(네이버 강동맘카페), "네이버 실검 나만 역겹나"(네이버 던파카페), "네이버가 점점 싫어진다"(네이버 직장인탐구생활카페) 등 비판을 쏟아냈다.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광고성 검색어를 제재하기는 현재 어렵다면서도 '주시하고는 있다'는 점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찌됐든 사용자들이 직접 올린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광고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마케팅 키워드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검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다음(DAUM)은 25일 '실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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