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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3''가 흔들린다…몸집불리기·방만경영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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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위기의 세계 자동차 산업②] 벼랑 끝에 내몰린 미국의 자동차 산업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실물경기의 침체가 전 세계의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은 두말할 나위 없고 제2의 자동차 시장인 유럽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구촌 소비자들이 미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파산 위기에 내몰린 ''디트로이트 3형제(GM, 포드, 크라이슬러)''에 대한 지원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이어가고 있고 이는 세계 경제의 핫 이슈가 됐다. CBS 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세계 자동차 산업의 현황을 정리하고 대응책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1. 할부금융의 덫인가? 자동차산업 공멸의 그림자
2. 벼랑 끝에 내몰린 미국의 자동차 산업
3. 자동차에 발목 잡힌 한미 FTA, 실상은?

"추악한 통계를 살펴볼까요? 9월말 현재 미국 자동차 대리점 방문자숫자는 1년만에 50% 감소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판매가 11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7년만이고, 포드의 9월 판매량이 11만 6천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7년만입니다."

지난 20일 코트라가 주관한 한 세미나에서 ''격변의 북미 자동차 산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의 버나드 스위키씨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이 같은 숫자로 설명했다.

◈ 빅3의 시장점유율, 73%→46% 15년새 ''곤두박질''

미국 자동차 업계의 현재 상황을 나타내주는 ''추악한 통계''는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86년에 미국 자동차 3사의 북미에서의 시장점유율은 72.4%였다. 이어 93년 73.7%을 정점으로 하강세로 접어들더니 급기야 올해에는 45.9%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9월과 지난해 9월의 승용차 판매 비율을 놓고 보면 이들 디트로이트 3형제는 65.9%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일본 빅3인 도요타와 혼다, 닛산이 같은 기간 20.9% 빠진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뒷걸음질 한 것이다. 특히 GM의 최근 재무상황은 회상 불가능한 지경에 놓여 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에 따르면 GM의 올해 3분기까지 손실은 213억 달러(32조원), 2004년 이후 누적액으로 보면 700억 달러(100조원)나 된다. 이제 미국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는 포드 브랜드가 아니라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돼 버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 곳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이에 앞서 도이체방크는 GM의 목표 주가를 ''''0달러''''로 낮췄다. GM의 현금 보유고가 다음 달에는 50억 달러 이하로 떨어져 내년 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실상 파산을 경고한 것이다.

포드를 포함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는 미국 정부에 250억달러(37조원) 지원을 요청해 승인을 받은 뒤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한 세기 동안 전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군림해 온 미국 자동차 산업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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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자동차 메이커 삼키며 ''공룡화''의 길···''빅3 ''몰락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인 1908년, 미국은 포드의 ''모델 T''를 만들면서 유럽의 바통을 이어받아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그 중심 가운데 중심에는 오늘날 빅3라로 일컬어지는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자리 잡고 있다.

전성기 때 이들 빅3는 현실에 안주하며 몸집 불리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크레디 스위스''의 엔도 고지 애널리스트는 최근 CNN에 출연해 "빅3는 시장이 2~3년간 침체하다 활기를 되찾게 되면 마진이 큰 SUV와 픽업 트럭으로 큰 돈을 벌었고 경영진들은 이런 사업 모델에 안주했다"고 평가했다.

포드의 경우도 90년대 이스케이프, 익스플로러 같은 고급 SUV가 인기를 끌면서 전성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당시 포드는 자기만족에 안주하며 영토 확장에 더 열을 올렸다. 영국의 애스턴마틴과 재규어, 랜드로버, 스웨덴의 볼보 같은 유럽 자동차 회사를 매입해 나간 것. 자동차의 품질 개발 보다는 외형 확장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GM도 포드와 같은 공룡의 길을 걸었다. 한 때 미국 내수 점유율을 혼자서 70%까지 차지하면서 생긴 자만감으로 스웨덴의 사브와 독일의 오펠, 호주의 홀덴, 한국의 대우 같은 회사를 잇따라 집어 삼켰다.

◈ 대형차에만 집착···크라이슬러 "소형차 기술 자체가 없어"

이들 회사들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 졌고 이들이 만든 자동차들 역시 대형화와 고급화만 추구해 소형차를 만드는 기술을 사장시켰다. 그 결과 7~80년대 소형차를 앞세우며 미국 자동차 틈새시장을 노린 도요타, 현대 같은 한일본과 한국 자동차 메이커에게 안방을 조금씩 내주기 시작했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90년대 ''네온''이라는 소형 세단으로 도요타와 현대에 맞서려 했으나 경쟁에 진 뒤 소형차 사업을 정리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고효율의 소형 자동차가 먹히는 경제 위기 시대에 이들 빅3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톰 라소다 부회장은 "소형차를 싸고 품질 좋게 만드는 것은 대형차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크라이슬러는 소형차를 안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드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현대차가 싸고 품질이 뛰어난 소형차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솔직히 두렵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빅3는 소형차 시장을 내준 뒤 도요타와 현대차에 맛들인 소비자들의 기호가 이들 아시아 메이커의 중형과 대형차로 옮겨가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중형과 대형차 시장까지 내주게 됐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의 버나드 스위키씨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현 위기는 SUV와 같은 대형차를 고집한 미국 업계의 잘못된 전략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소형차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직원은 8만명에 지급은 43만명?···강성노조, ''방만경영'' 장악

몸집불리기와 소형차 외면이라는 잘못된 전략이 빅3 몰락의 예고편이었다면 이들 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본편이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유산비용(legacy cost)이라는 것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자동차업계간 단체협약에 따라 생겨난 이 제도에 따라 자동차 회사가 퇴직자의 가족들에게까지 의료비를 지급해야한다. GM의 경우 현직 근로자는 8만명인데 회사가 의료비를 대줘야 하는 사람은 43만명이나 된다. 이 제도로 GM이 2006년에 의료비로 지출한 돈만 48억달러(7조 2천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의 임금 역시 높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임금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급여 수준보다 30%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부 회사는 정리 해고된 뒤 복직을 기다리는 근로자에게까지 봉급을 주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제도에 대해 뒤늦게 깨닫고 이제라도 뜯어고치려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힘은 너무 강해져 버렸다.

미국 모터트렌드라는 잡지는 최근 "빅3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고, 그 실수는 교만과 자기만족과 근시안적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고 포브스닷컴은 "악마같은 노조에 영혼을 판 결과"라고 냉소를 퍼부었다.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선 빅3는 최근 잇따라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GM은 올해 10800명을 감원한데 이어 공장 2곳을 폐쇄했고 내년에 추가로 3개 공장의 문을 닫을 계획이다. 또 포드도 올해 6000명을 감원했고 크라이슬러도 2만 2천명을 구조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정부에 500억 달러 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은 아닌지 세계 자동차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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